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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들

내가 소설쓰는 법

06/03/03 12:29(년/월/일 시:분)

1. 발상이 떠오를때까지 마냥 기다린다.
억지로 만들어봤자 소용없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어떻게든 떠오를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시간은 어떻게 해서도 단축할 수 없다. 그리고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므로 프로작가가 될 생각이라면, 데뷔하기 전에 미리 많이 생각해놓자.

2. 어쨌든 결말을 짓는다.
끝을 생각해놓고 가는 것과, 생각해놓지 않고 가는 것은 엄청 다르다. "뭐 대충 이런 식으로 끝내면 되겠지" 정도로 어렴풋이 정해도 좋으니 어쨌든 결말은 미리 생각해놓자. 안 그러면 쓰다가 길을 잃고 헤맨다.

3. 캐릭터들과 가상의 인터뷰를 한다.
뭐니뭐니해도 예술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 느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진짜 있는 사람처럼 느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캐릭터와 대화를 해야 한다. 사실 이 때가 창작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정말로 사람을 사귀는 기분이다.

4. A와 B의 문제가 풀리지 않을때는 C로 풀자.
물론 A와 B의 문제는 A와 B만으로 풀리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안에서 풀리지 않는다면 밖에서 푸는 수밖에 없다. 미리 C를 이야기로 끌어들여 버리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5. 프리프로덕션은 길수록 좋다.
쓰기 전에 이런 저런 생각을 미리 하는 것은, 물론 즐겁기도 하지만 나중에 진짜로 쓸때 너무너무 도움이 많이 된다. 백지에 손을 올리는 것은 모든 생각이 끝난 후가 되어야 한다. 안그러면 백지 공포증이 생긴다.

6.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라.
전유성씨에게 한 후배 개그맨이 물었다고 한다. "선배님은 어떻게 그런 개그를 만들어내시는 거에요?" "야 그게 뭐 특별한 게 있겠냐? 어떻게든 쥐어 짜내는 거지." 정말로 그렇다. 아이디어는 정해진 방법대로 해서 얻을 수 있는게 아니라, 어떻게든 쥐어 짜내서 얻는 것이다. 한가지 방법에 집착하면 매너리즘에 빠진다.

7. 재미는 새로운 것에서 온다.
재미는 아주 간단하다. 그저 새롭기만 하면 재밌다. 그렇다면 새로운 게 무엇인가?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그 시대에 흔한 것이 뻔한 것이고 드문 것이 새로운 것이다. 요즘 시대에 무엇이 흔하고 무엇이 드문지를 안다면 재미를 주는 것은 쉽다.

8. 아름다움은 절대적이다.
아름다운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이 세상 사람 누구나 똑같다. 아름다움은 재미와 달리 절대적이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고 책에 나온 이론대로만 따라하면 누구나 똑같이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다. 아름다운 소설을 쓰고 싶다면, 공부하자. 싫으면 말고.

9. 대중성과 상업성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해서 항상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예술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사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고, 그 예술에 지갑을 여는 것은 "사람의 변화"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즉 상업성은 얼마나 캐릭터를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달려있다. 성장할수도 있고, 몰락할수도 있고, 죽을뻔했다가 살 수도 있고, 살뻔했다가 죽을 수도 있고. 극적인 것, 그것이 극이다.

10. 집착하지 말자.
복선이라던가 명대사라던가 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이라던가. 그것은 독자가 느끼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말고다. 물론 최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그런 자잘한 부분에 시간을 투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자잘한 것에 집착하다가 큰 걸 놓치면 안된다. 포인트를 줄 부분은 적을수록 커진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

11. 일단 써보자.
썩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도, 어쨌든 빨리 끝내고 보자.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다른 더 좋은 작품을 쓸지도 모르잖아. 남은 시간은 많으니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면서 다른 이것저것도 해보는 거야. 짤막짤막하게라도 끝을 내보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여기까지 내가 소설쓰는 법이었다. 믿을 것 못되지만 어쨌든 나는 이렇게 소설을 써 왔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고, 아니면 말고.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101

  • yuz 06/03/03 12:50  덧글 수정/삭제
    도움되는 글이었습니다~
    • xacdo 06/03/03 12:58  수정/삭제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받으신 도움은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세요. 우리 함께 사랑과 평화를 온 세상에 뿌려요.
  • 핑크 07/05/23 13:13  덧글 수정/삭제
    캐릭터들과 가상 인터뷰를 한다... 이 방법 참 좋아보이네요. 저도 써봐야겠어요!
    • xacdo 07/05/23 15:04  수정/삭제
      글에 나오지 않는 부분까지도 세세하게 설정하는 것도 꽤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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