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도닷넷 블로그
작도닷넷 블로그

나의 작품들 - 스토리

컴팩트한 평화

06/04/20 11:43(년/월/일 시:분)


컴팩트한 평화
이젠 간편하게 평화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평화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평화

요즘 젊은이들 감각에 딱 맞는 간지나는 디자인의 평화
다양한 포맷을 지원하는 다기능 블루투스 유비쿼터스 평화
인터넷에서 클릭 한번으로 살 수 있는 배송료 무료 평화

얇고 작고 가벼운 휴대용 평화
미니 평화

필요하신 분들은 하나씩 사셔서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서 필요할때마다 하나씩 꺼내서 쓰는 요긴한 평화
누구나 가지고 싶은 프리미엄 아이템 평화
이런게 나오기만을 정말 간절하게 기다렸던 평화
새로 나온 신제품 평화

지금 바로 주문하세요 평화


USB 메모리를 하나 사려고 옥션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평화를 보았다. 아이팟 나노보다도 작고 얇은 사이즈에, 요즘 유행하는 색깔인 핫핑크에, 놀랍게도 블루투스까지 지원하는 유비쿼터스 평화였다. 나는 솔깃한 나머지 그만, 지르고 말았다.

결국 원래 사려던 USB 메모리를 사지 못해서 좌절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택배가 와서 깜짝 놀랐다. 포장을 풀어보자 인터넷에서 봤던 것보다 너무 깜찍하고 귀여운 평화가 깨끗하게 잘 포장이 되어 있었다. 적어도 중고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는 평화를 꺼내서 이리도 들어보고 저리도 들어보고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아 참, 충전은 어떻게 하지? 설명서에는 "가슴에 꼭 끌어안고 따뜻한 체온을 보내세요. 하루에 3시간 정도만 충전하면 됩니다."라고 써있었다. 나는 컴팩트한 평화를 끌어안고 오랜만에 기분 좋게 낮잠을 잤다.

앗차, 너무 잤나? 싶어서 부스스 눈을 떴더니, 온 세상이 이상하게 화사한 모습으로 나를 반기고 있었다. 사랑과 평화가 가슴이 벅차도록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이상하게 웃음이 나고 눈물이 나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새삼 감사했다.

한창 행복에 젖어있는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 친구는 지독한 패배감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블루투스로 친구의 핸드폰에 평화를 전송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패배감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생각보다 괜찮은 기능이었다.

나는 신이 나서 MSN 메신저에 접속했다. 컴퓨터에 평화를 연결하고, PDF, MP3, AVI 등의 다양한 포맷으로 친구들에게 평화를 전송했다. 갑자기 온라인이 평화로 가득했다. 다들 가슴 벅찬 평화를 다운로드 받고 어쩔줄을 몰라 했다.

나는 평화를 목에 걸고 다녔다. 물론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사이즈였지만, 일부러 목에 걸고 속옷 안 쪽으로 살갗에 찰싹 붙이고 다녔다. 이러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평화는 금속 알레르기를 일으키지도 않았고, 땀이 차지도 않았다. 평화는 마치 나의 분신처럼 나의 일부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집에 와 보니 옥션에서 구매완료를 하라고 메일이 와 있었다. 나는 구매완료를 하고 "매우만족"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판매자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말 빨리 오네요! 일단 배송이 빠른 점이 좋았구요. 물건도 좋네요. 조금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게 나오기만을 누구나 기다려왔을 거에요. 지금까지 평화는 세상에 없었잖아요? 이런걸 새로 만들어내다니! 정말 대단해요~ 앞으로도 이런거 많이 만들어 팔아주세요~ *^^*"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230

  • 제목: 행복 대 평화
    Tracked from 작도닷넷 07/08/07 00:40 삭제
    나는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 행복이야 마음만 먹으면 행복할 수 있는 걸. 고통스러워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은 삶에 대한 개인적인 태도, 입장 같은 것에 불과하다. 그..
이름
비밀번호
홈페이지 (없어도 됩니다)

비밀글로 등록
작도닷넷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전 목록]   [1] ... [108][109][110][111][112][113][114][115][116] ... [124]   [다음 목록]

최근 글

이웃로그 관리자 옛날 작도닷넷 태터툴즈 ©현경우(xacdo) since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