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08/07/07 07:23(년/월/일 시:분)
사람은 박자를 어떻게 셀까?
예를 들어 사람은 반주 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물론 발을 규칙적으로 두드리며 장단을 맞출 수도 있고, 젓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박자를 셀 수도 있지만, 그런거 없이도 사람은 속으로 박자를 세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도 보면 주인공이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노래가 시끄럽다고 혼나고, 노래 부르지 말라고 하자, 소리를 내지 않고 속으로 노래 부르는 방법을 익힌다. 이렇게 사람은 전혀 동작을 하지 않고, 외부에 박자가 없어도, 마음 속으로 박자를 셀 수 있다.
이렇게 속으로 박자 세는 걸 Mental Timekeepers, Internal Clocks라고 한다. 그렇다면 마음 속의 박자는 어떻게 동작할까?
한 때 심장박동으로 박자를 센다는 가설이 유행했다. 빠른 노래를 부르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느린 노래를 부르면 심장 박동이 느려진다. 차분한 상태에서 빠른 노래를 부르기 어렵고, 막 가슴이 쿵쾅대는데 느린 노래를 부르기 어려운 걸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락 음악이 유행한 이유가 락의 박자가 어린아이의 심장 박동수와 비슷해서라니, 그래서 락 음악을 좋아하는건 연령 퇴행이라니 하는 말도 있었고, 마찬가지로 사물놀이가 사람 마음을 쿵쾅거리게 하는 걸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말이 안 되는게, 우리는 심장 박동과 무관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얼마든지.
요즘 유행하는 건 발진기(Oscillator) 모델이다. 뇌 속에 박자를 세는 모터가 있어서, 주기적으로 붕! 붕! 하고 발진한다. 그 뇌파가 신경을 발진시켜서 리듬을 생성한다.
재미있는 건 사람은 여러 개의 발진기를 가질 수 있다. 동시에 다른 여러 리듬을 셀 수 있다. 그래서 앞에서 Mental Timekeepers, Internal Clocks, Oscillators 하고 복수형을 쓴 거다.
실험을 해보자. 입으로 원더걸즈의 "So Hot"을 부르면서, 손가락으로 3박에 1번씩 다른 리듬을 두드려보자. 처음엔 다소 힘들지만 연습하면 곧잘 된다.
다음 실험. 원더걸즈의 "Tell Me" 박자에 맞춰서 몸을 가볍게 흔들어보자. 그러면서 나훈아의 "청춘을 돌려다오"를 입으로 불러보자. 약간 힘들지만 곧잘 부를 수 있다. 다른 2개의 리듬을 한 몸으로 내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음성의 박자, 손가락의 박자, 팔다리(limb)의 박자 정도는 쉽게 분리할 수 있다. 반면, 왼손과 오른손의 박자는 잘 분리되지 않고 서로 연동되어서 움직인다. 예를 들어 왼손으로는 3박에 1번을 치고, 오른손으로 5박에 1번을 치려면 자꾸 어긋나고 둘이 서로 따라서 하나의 박자로 옮아간다. (물론 연습을 열심히 하면 분리할수도 있다)
Radiohead "2+2=5"를 들으면 2박과 3박과 5박이 한 노래 안에서 절묘하게 공존한다. 처음에는 혼란스럽지만 자꾸 들어서 훈련하면 다른 박자를 각각 셀 수 있다. 3개의 다른 박자가 계층(hierarchical)을 이루며 서로 따라갔다가(integrated) 분리됐다가 한다. 이렇게 사람은 여러 리듬을 하나로 연동할 수도 있고, 각각 따로따로 셀 수도 있다.
책: Rhythm Perception and Production
http://www.nici.kun.nl/mmm/papers/rpp-book/rpp-review/rpp-review-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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