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13/12/06 00:40(년/월/일 시:분)
최근 비트코인이 유행이라, 나도 부랴부랴 USB 채굴기를 사서 해봤다. 생각보다 무척 재미있었다. 돈을 떠나서 IT geek 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 통제하는 주체가 없고 현재의 통화를 부정하는 anarchism, 도박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난이도 상승, 전 세계 해커가 죽어라 풀어도 안 풀리는 철저한 위변조 방지기능, 종말론적 채굴의 정확한 종료 시점 등...
문제는 비트코인의 운명은 사람들의 믿음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정말로 돈으로 인정받을지는 indiz님은 몇 년 안에 결판이 날 것이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짧게는 3개월 정도만 가도 어렴풋이 보일 것 같다. 비트코인 열풍의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의 화폐 전쟁이 있고, 이 비트코인이라는 견제수단을 얼마나 지속시킬지는 그들의 의지에 달려있을 것이다.
어차피 현재의 비트코인 체계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50~100년 이후에는 훨씬 나은 대안이 많이 나와서 지금 것은 거의 무의미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당장 단기적인 10년 이내의 생존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 그 10년짜리 고민이 사실 나같은 사람들의 고민이 아니라 저기 미국이나 중국의 높으신 분들의 고민일 것이다. 그 분들의 한마디에 비트코인의 생명이 결정될 것이고,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어 돈을 걸고 있는 것이다. 나도 5만원을 들여 USB 채굴기는 사는 것으로 소심하게 합류했다.
그런데 중고로 고작 5만원 주고 산 채굴기도 불과 몇 주만에 6~7만원에 팔리고, 그나마도 나오는 물량이 없어 나오는 족족 팔리니, 지금이 비록 과열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몇 개월은 더 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최근 파리바게트에서 빵 살때 비트코인을 사는 등, 실생활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대신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이것은 실패할 것이다. 왜냐하면 결제할때 비트코인이 가짜가 아닌지 검증하는데 10분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중앙서버가 없이 P2P discovery로 찾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크게 단축한 비트코인 짝퉁 라이트코인마저 transaction이 2.5분이나 걸리기 때문에, 이런식의 P2P 통화가 실생활에서 쓰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는 정부의 인플레이션 정책에 대항하는 헷징 자산, 아니면 해외 송금시 수수료 절약 수단으로 쓰이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지금 비트코인 열풍을 튤립 버블에 비유하는데, 나는 그보다는 피터팬에 나오는 팅커벨에 비유하고 싶다. 팅커벨은 동화 속의 상상의 존재라서, 사람들이 어른이 되면서 동심을 잃고 꿈과 희망을 잃으면 점점 그 존재가 희미해져 사라진다. 하지만 동심을 가지고 팅커벨에 꿈과 희망을 가지면, 다시 팅커벨의 존재가 생긴다.
비트코인도 팅커벨과 같다. 고작해야 아주 계산하기 어렵고 귀한 33자리 해쉬값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이 이것에 꿈과 희망을 가지고 동심을 가지면 여기에 없던 가치가 생겨나고 신뢰가 생겨날 것이다.
나도 이런 IT 기술을 좋아하고 SF 사이버 펑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말도 안되지만 무척이나 재미있는 비트코인이 짧게나마 생존했으면 참 재미있겠다고 생각을 한다. 나에게 그 여부가 달려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러다 말아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http://ko.wikipedia.org/wiki/%EB%B9%84%ED%8A%B8%EC%BD%94%EC%9D%B8
http://en.wikipedia.org/wiki/Bitcoin
비트코인
http://en.wikipedia.org/wiki/Bitcoin_protocol
비트코인 프로토콜
http://xbitcoinx.com/Forum_Mining/16491
비트코인의 채굴 과정을 익히는 용도로 몇개의 적은 수량을 구매하는 것은 수긍이 가나, 이런 대형 규모의 파밍이 현재 판매가와 난이도 증가 추세로 봤을때 의미가 있는지는 조금 부정적입니다.
https://twitter.com/bobhang/status/408555899242835970
"This is worse than the tulip mania," "At least then you got a tulip [at the end], now you get nothing."네덜란드 전 중앙은행장의 비트코인에 대한 한마디
http://indizio.blog.me/30166554335
사람들이 금을 원하는 이유는 비트코인을 원하는 이유와 같다. 그냥 갖고 싶기 때문이다. 물리적 실체가 있고 없냐, 손으로 만질 수 있냐 없냐는 21세기 사이버 사회에선 중요하지 않다.
http://indizio.blog.me/30179964003
쪽박 혹은 대박이지 중간은 없다. 돈이면 돈이고 아니면 아니지, 돈인 것 같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한 현재 같은 상태가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망하든 흥하든 길어야 앞으로 몇 년안에 결과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봤을 때,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비트코인 자체를 사는 것보다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수수료를 떼는 것이 더 사업성이 확실하다. 증권업계에서 가장 평균연봉 높은 곳은 증권회사가 아니라 거래소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윙클보스형제를 비롯한 꽤 많은 외국 부자들이 비트코인 거래 사업에 직접 뛰어들거나 펀딩을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