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상
13/11/23 02:53(년/월/일 시:분)
최근 아내가 JTBC 마녀사냥에 푹 빠졌다. 지상파 채널에서 다루기 어려운 19금 토크를 풀어내려는 시도는 종편이나 케이블이나 꾸준히 있었지만, 이렇게 시각적으로 노골적이지 않고, 언어적으로 불쾌하지 않으면서 충분히 심도있는 19금 토크를 풀어낸 것은 마녀사냥이 최초가 아닐까 싶다.
근데 아내와 마녀사냥을 같이 보다가 깜짝 놀라는 부분이 있었다. 대학생들에게 연결해서 고민상담을 같이 하는 코너에서 요즘 대학생들이 대중 앞에서 말하는 걸 너무 재미있어하고, 자기의 연애담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도 너무 즐거워하는 것이었다.
나나 아내나 나름 연애관이 상당히 개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대학 다니던 10년 전만 해도 이렇게 사람들 앞에 서서 마이크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발언하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다들 약간씩 부끄럽고 쭈뼛쭈뼛하지 않았나? 굳이 감출 필요는 없지만 또 굳이 적나라하게 드러낼 필요도 없는 것이 연애 얘기 아니었나?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고 느꼈다.
또 연예인에게 말을 거는 것도, 나는 왠지 무척 고상한 상대방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무척 황송하고 조심스러운 태도였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대학생들이 패널들에게 거는 말투는 아주 편한 친구같다. 나는 성시경이 싫고 허지웅이 좋다며 아주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태도로 말을 거는 것이 나는 반가우면서도 솔직히 무척 충격적이었다.
사실 이런 개방적인 태도는 미국 어학연수 시절에 익숙하게 접했던 것들이다. 대학 캠퍼스에 마이크 하나만 설치해놓으면 지나가던 대학생들이 아무나 거기서 대중발언을 한다. 다들 남 앞에서 말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강의를 봐도, 다들 마이크만 잡으면 말이 청산유수다. 강의의 대부분을 교수가 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넘기는데, 그래도 충분히 수업이 진행이 될 정도로 다들 머리속에 든 것도 많고 공개적인 토론에도 익숙하다.
나는 이런 문화에 솔직히 부러움을 느꼈는데, 최근 한국도 급격한 서구화를 겪어서인지 적어도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우리 세대에게는 없었던 자유로움이 생긴 것 같아서 무척이나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내가 벌써 세대차이를 느끼기 시작했구나,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
(맨 마지막에 ^^를 붙인 것은, 안 그러면 너무 우울해보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