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상
08/08/30 10:25(년/월/일 시:분)
가끔은,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왠지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
이 영화도 척 보기에 별로 재미는 없을 것 같지만, 재미를 떠나서 그냥 한번 봐두고 싶은 영화였다.
변호사 영화라서, 혹시라도 법률 관련 영어가 잔뜩 나오면 못 알아들을까봐 미국 있을 때 안 보고 쟁여놨다가 한국 와서 한글 자막으로 봤다.
근데 의외로 법률 용어는 별로 안 나왔고, 대사도 적고 내용도 간단했다. 전개도 느리고 내용도 평범해서 나는 2배속으로 봤다.
* 곰플레이어에서 2배속으로 보기
내가 지루한 예술 영화를 볼 때 즐겨쓰는 방법이다. 전개가 느리고 내용이 많지 않은 영화, 예를 들면 "팻 걸", "섹스 이즈 코미디", "달과 꼭지", "마이클 클레이튼" 같은 영화는 2배속으로 봐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
이 영화의 가장 놀라운 점은, 조지 클루니가 출연했다는 점이다. 솔직히 그냥 소규모 저예산 영환데, 잘생기고 인기많고 몸값 비싼 조지 클루니가 이런 변변찮은 조그만 영화에 출연했을까?
아마도 주인공 변호사 역할이 꽤나 멋있어서, 이런 역할도 한번쯤 해보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뭔가 고뇌에 찬,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정의의 변호사 역할.
물론 이 "정의로운" 변호사 캐릭터가 너무 진부하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는 나름 부패한 모습을 보여주고, 흔들리는 모습도 보여주고, 마지막에 정의에 편에 섰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썩 나아지지도 않는 찝찝한 결말을 보여줘서 이런 평범한 정의 캐릭터의 진부함을 최대한 탈피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점, 권태롭고 부패한 중년 변호사의 세계를 너무 리얼하게 그리려다보니 영화가 너무 건조했다. 물론 그 건조한 맛이 이 영화의 특징이니까 어쩔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 정말 뒷맛이 찝찝한 결말 부분만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정의를 세우고도 통쾌함이나 후련함이 없이, 불편하고 불안한 결말은 그거 하나만으로 이 영화를 한번쯤 봐둘만한 가치를 만들었다.
결론. 조지 클루니가 왠일로 소규모 영화에 출연했다. 별로 재미는 없지만 결말의 여운만은 아주 강렬하니까, 평범한 영화에 지겨워졌을때 한번씩 보면 신선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