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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2008)

08/08/28 02:07(년/월/일 시:분)

개봉날 봤는데.

처음에는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보려고 했는데, 의외로 전회 매진이었다. 물론 11개 관 중에서 약간 크기가 작은 5관 하나에서만 개봉한 탓도 있었겠지만, 다른 관은 하나도 매진된 게 없는데 의외다 싶었다.

그래서 강변 CGV를 가니까 여기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찬가지로 11개 관 중에서 약간 작은 한 관에서 개봉헀는데, 여기는 매진이 하나도 안 됐다. 물론 다른 영화도 매진된 건 없었지만.


이거 뭐, 대학생들만 환장하는 영환가.


강변CGV의 관객들의 반응은 썩 좋지는 않았다. 심지어 "애국가를 왜 올드 랭 사인에 맞춰서 부르냐"는 얘기까지 나왔으니, 이 영화가 웃음거리로 삼은 시대배경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을 것이다. (이런 배경지식의 문제는 "님은 먼곳에"에서도 있었다)

http://xacdo.net/tt/index.php?pl=1292
내 뒤에 앉았던 고등학생 무리들은 이 영화가 최악이라고 하던데, 아마도 김추자 노래가 유행하고, 월남전 파병이 있었고, 박정희가 있었던 서슬퍼런 70년대를 잘 몰라서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 생각에 롯데시네마 건대입구를 매진시킨 대학생들이 이 영화를 훨씬 재미있게 봤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상당히 취향을 타는 영화다. 재밌게 볼 사람은 엄청 재밌게 보는데, 재미없게 볼 사람은 엄청 재미없게 볼 영화다.

그런 면에서 롯데시네마나 CGV가 일부러 비교적 작은 상영관을 할당한 것도 이해가 간다. 오히려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의 전회매진이 의외였을 것이다. 주말도 아니고 목요일 개봉이었는데.

그러고보니 예전에 김기덕 감독 "수취인불명"도 강변CGV에서 개봉날 매진이긴 했다. 이 개봉날 매진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일부 매니아만 보고 나머지는 안 본다는 점에서 흥행에는 위험 신호가 아닐까.


개봉날 (목요일) 매진 = 매니아만 좋아함 = 흥행 안됨



개봉 2주차에 접어든 지금 흥행성적은 52만명으로 저조한 편이다. 제작비를 아주 많이 들인건 아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http://mmnm.tistory.com/489
다찌마와리, 흥행 급행 열차를 놓치다

http://www.kobis.or.kr/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하여간 이 영화의 미덕은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점이다. 조금의 양보나 타협도 없이, 감독이 원하는 바를 있는 힘껏 최대까지 끌어올린다.

나는 류승완 감독이 왜 맨날 박찬욱 감독하고 같이 다니는지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이번 영화를 보니까 확실히 비슷한 점이 보인다.

박찬욱 "복수는 나의 것"
류승완 "다찌마와리"

다들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들이다.


나는 예전에 신해철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보고 마음에 안 들었던 적이 있다. 처음 전자음악을 할 때만 해도 잘 몰라서 막 이런저런 실험을 해봤는데, 이제는 왠만큼 할 줄 알기 때문에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마치 음식에 양념을 살살 뿌리듯 효과를 넣을 수 있다. 이런 얘기였는데.

그때 신해철의 음악은 참 별로였다. "이렇게 하면 좋아, 그러니까 예전에 했던 대로 살살 해주면 돼." 이런 마음으로 만들면 매니아의 입장에서는 김이 빠진다. 뭔가 화끈한 걸 듣고 싶은데 축 쳐진다.

하긴 그러니까 넥스트를 해체했겠지. 넥스트란 이름이 실험한다는 의미잖아. 근데 실험이 끝났으니까.


난 다소 거칠고 성기더라도 뭔가 화끈 달아오르고 내 마음에 불을 붙이는 걸 경험하고 싶다.

박찬욱 감독은 어느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아니 그냥 편안하게 쉬려고 영화를 보면 극장에 왜 와? 차라리 찜질방 가는게 낫지.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다찌마와리는 다소 거칠고 엉성하고, 일부러 헛점투성이로 만든 영화지만, 조금의 양보나 타협도 없이 가능성을 있는 힘껏 최고까지 끌어올린 영화라서, 취향에만 맞으면 지루하고 의욕을 잃었던 축 쳐진 마음에 불을 확 피울 수 있는 화끈한 영화다.


그리고 극장보다는 비디오 가게나 인터넷에서 더 인기있을만한 타입이다.



영화 리뷰는 이 분야의 전문가이신 게렉터님의 글을 참고.

http://gerecter.egloos.com/3863936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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