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상
13/09/06 11:05(년/월/일 시:분)
좀처럼 호평을 안하는 듀나님이 왠일로 액트 오브 킬링은 호평을 했다. 1년에 한두번 있을까말까한 경사스러운 일이라 나도 이 영화에 매우 흥미가 갔다.
나도 왠만하면 피판에서 보고 싶었으나... 바쁜 직장인으로서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구글에서 act of killing torrent 로 검색해서 봤다.
참고로 내가 본 버전은 120분짜리 원판이고, 이번 피판에서 개봉한 버전은 160분짜리 확장판이다. 긴 걸 안 봐서 모르겠지만, 내가 본 짧은 버전도 영화의 주제를 전달하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고 속도감도 뛰어났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에는 감독 요슈아 오펜하이머 1명을 제외한 모든 스탭의 이름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영화가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용감하게 건드리는지라 도저히 실명을 밝힐 수 없을 정도였기에 그런 것 같다. 그만큼 이 영화, 정말로 자극적이고 진솔하다.
배경은 이렇다. 1960년대 인도네시아에서는 사회주의자로 몰린 250만명이 불과 반년만에 학살당했다. 게다가 군대도 아니고 '프리맨'이라고 불리는 조폭들이 이를 주도했고, 당시 냉전중이었던 미국도 이를 눈감아주고 오히려 지원해주기까지 했다.
이때 정권을 대신해 손에 더러운 피를 묻힌 조폭들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혀 처벌받지 않고 버젓히, 여전히 떵떵거리며 멀쩡한 상인들에게 보호금을 뜯으며 보란듯이 살고 있다. 현직 부통령, 장관조차도 이들을 옹호한다.
자, 여기까지는 역사적 배경. 그렇다면 이 조폭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조폭들은 헐리우드 갱스터 영화를 좋아했고, 이런 형식으로 자신들의 과거를 미화하는 영화를 찍겠다고 설득했다. 본인들이 인도네시안 대부가 되는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결과는 오케이. 감독은 이 학살자들이 자기가 마음껏 영화를 찍게 만들었다. 대본도 직접 쓰고, 연기도 직접 하고, 모든 것들을 자기 마음대로 하도록 했다. 그들은 여전히 과거를 자랑스러워했고, 더욱 더 가학적으로 보이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막상 배우가 되어 연기를 하다보니, 생각보다 본인들의 과거가 지나치게 잔인해보였다. 그리고 고문하고 고문받는 역할을 교대로 하다보니, 얼마나 구역질나는 미친 짓이었나를 어렴풋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그 아주 작지만 분명한 심경의 변화를 이 영화는 집요하게 추적했다.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인간적 감정에 집중한 것이었다.
정작 영화는 다 찍어놓고도 인도네시아 본국에서는 상영을 하지 못했다.(못한건지 안한건지...) 외국에서는 개봉했지만, 아마 이런 영화로 개봉했을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감독은 심지어는 아직도 가끔씩 그들과 전화통화를 한다고 한다. 요즘 미국에서 개봉을 했는데, 흥행은 어떻고 반응은 어떻다는 얘기를 한다고 한다. 정말 담력이 상당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덴마크에 살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만은...
마지막으로 별 재미는 없지만 더 데일리 쇼에 출연했던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