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3/09/06 10:40(년/월/일 시:분)
이석기가 구속됐다. 나도 대학교때 운동권을 싫어했고, 그 연장선 상에서 이석기를 싫어했지만, 네이버 실시간 중계로 구속되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 구석이 찝찝했다. 다들 신나서 아주 난리였다.
상황이 이렇게 어려워지면 불쌍해서라도 도와줄만한데, 기회는 이때다 싶은지 모두들 한마음으로 물어뜯었다. 민주당은 물론 진보정의당까지 압도적으로 체포동의안에 동의했다.
그래도 나는 박노자 교수만큼은 이석기를 옹호할 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렸다. 역시나.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61555
[박노자] 저도 정신병자입니다!
헌법을 좋아하시는 심상정 의원님, 벌써 그 19조를 잊으셨는지요? "모든 國民은 良心의 自由를 가진다" 맞죠? 답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도, 헌법에서도 나오는 "양심의 자유" 범위에 속하지 않을까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8&aid=0002201402
[박노자] ‘종북 사냥’의 속셈은?
일찌감치 ‘종북 사냥’을 대대적으로 벌여 체제에 대한 모든 반대에 미리미리 ‘종북’과 같은 색깔을 뒤집어씌우려 한다.
이석기의 잘못은 '생각'에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은 '생각'만으로도 처벌한다. 이게 무슨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아니고, 구체적인 '행위'가 아니라 그냥 머리속의 '생각'만으로도 잡아 가둘 수 있다.
양심의 자유, 그것은 사상의 자유, 곧 생각의 자유다. 그것이 꼭 정답일 순 없겠고, 때론 명백한 오답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의 자유 의지란 그런 것이 아닌가? 내 마음대로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권리 아닌가? 그만큼 아주 비싸고 소중하고 존엄한 것 아닌가?
지금 이 사회에는 정답이 있다. 그리고 그 아주 작고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무자비하게 낙오시킨다. 나는 그 낙오자들, 패배자들, 아웃사이더, 사회 주변인들까지도 모두 똑같이 소중하고 비싸고 존엄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틀릴 수 있겠고, 충분히 반대할 수 있고,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통합진보당은 다음 선거에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텐데, 여기에 국가기관까지 나서는 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파퓰리즘이고 월권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할 수 있고, 순진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호오를 떠나, 선악을 떠나, 시비를 떠나 양심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싫을수도 있고, 틀릴수도 있고, 심지어는 악할수도 있지만, 그것까지 전부 경청하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진정으로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