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8/06/20 11:20(년/월/일 시:분)
요즘 대학원을 갈까 회사에 취직할까를 매우 고민했다. 이제 곧 방학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던 빨리 결정해서 충분히 준비를 해야 하는데, 갈피를 못잡고 방황했다.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의외로, 용하다는 도사가 있다는데 가보는 게 어때? 라고 하더라. 도사님, 제가 대학원을 가야 할까요, 회사에 취직을 해야 할까요? 너무 고민되요.
근데 그러면, 도사가 "넌 대학원에 가야돼!" 라고 하면 대학원에 가야 되는거야? 이건 마치 골드만삭스가 유가 150달러 돌파한다니까 진짜 돌파하는 것 같잖아.
그래서 진짜로 150달러가 넘으면 -> 역시 골드만삭스는 잘 맞춰.
내가 도사 말 듣고 대학원 가면 -> 그 도사 참 용하네.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그 자체로 시장에 영향을 주듯, 내가 점집에 가서 인생상담을 하는 것 자체가 나의 진로에 영향을 줄 것이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점 보러 가는 거구나.
점집은 의사 결정(decision making)을 도와주는 곳이구나. 대기업들이 의사 결정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는 것에 비하면 참 싸다는 생각도 들고.
사실 내가 고민하는 것은, 물론 지금 이 시점의 선택이 향후 10년 이상의 나의 진로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도 있지만, 사실 현재 시점에서 두 진로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 더 크다. 그 동안의 대학생활을 아주 뛰어나게 잘 한게 아니라서 대학원 진학에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고, 취직에 있어서도 한 분야를 잡지 못하고 이것저것 잡다하게 손을 댓다 말아서 이력이 안 나온다. 어느 쪽으로 가던 상당히 고생을 할 것이다.
즉 현재 시점에서 어느 쪽이던 크게 좋아보이지가 않는다. 뭐가 좋을지를 모르겠다. 이럴 때, 어차피 차이가 크지 않다면, 뭐든 하나라도 딱 집어주고 남은 시간을 한쪽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시간을 절약해주잖아.
그래서 점집 가는 셈 치고, 내 선에서 그냥 아무거나 선택해서, 대학원은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빠르게 결정하고 시간을 절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