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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진로를 결정하는 방법

08/04/21 14:10(년/월/일 시:분)

웹 기술 및 응용 - 민덕기 교수님 수업 중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는 테크놀로지가 거의 6개월에 한번씩 바뀌고 있죠? 내가 박사학위를 1995년에 했는데, 그럼 테크놀러지 다 바뀌었네. 나도 모르고 여러분도 모르는거야.

그런데 나는 교수고 여러분은 학생이야. 둘 다 똑같이 모르는데. 그럼 무슨 차이가 있을까? 테크놀러지를 바라보고, 판도라TV 그리드 딜리버리(Grid delivery)보고, 아 이건 엠본(MBONE)이야, 하고 아는거지.

사람이 생각하는 건 다 비슷한 범주에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을 쭉 닦아놓으면, 그 기본에서 이런 변형도 생기고 저런 변형도 생기고 나오는 것 같아요. 용어만 다를 뿐이지, 적용하는 분야가 다를 뿐이지.

그 부분을 배우기 시작하는 건 학부가 아니라 대학원이야. 이제 진짜 연구를 시작해. 호기심이 있지? 그리드(grid)라는 게 있고 P2P가 있는데, 이게 같은 거야, 다른 거야? 내가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데. 하고 생각을 가진 적이 여러분 있습니까?

나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어요. 1995년도에 내 연구를 하고 있을때. 그 당시에 저 키워드로 때려보면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런데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 세상에 많죠? 지금 몇 년이 지나니까 그런 방향으로 테크놀러지가 가고 있죠. 그것을 빨리 예측해서 남보다 빨리 연구해서 결과물을 내놓는 사람.

그런 공부들, 창의적인 공부는 대학원에서 하고 있어요. 그런데 나는 대학원 와서 창의만 하고 싶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지. 나는 삶을 잘 살고 싶은데, 그러려면 잠도 자야 되고, 밥도 먹어야 되고, 뭐 여러가지 해야 될 기본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행정적인 부분도 거치면서, 결국엔 자기가 원하는 일들을 하는데.

내가 어디 가서 줄을 서있느냐는 굉장히 다른 거야. 나는 기업에 가서 줄을 서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여러분 10년, 20년 후에 내가 기업에 가서 있으면 어떤 모습이 될까? 지금 40대, 50대 기업에 있는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지 보면 알아요.

확률적으로 100명이 기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면 실제로 1명이 부장이 돼있고, 4~5명이 과장이 돼있고, 90몇명이 직원으로 있겠죠. 그런데 이 직원은 처음 100명이 아니라, 그 다음 그 다음 해서 10몇년 후에 들어온 후배 직원이고, 처음 시작한 100명 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1~5명이고, 나머지는 전부 딴 일 하고 있겠죠. 이 사람들은 가서 자기 사업을 만들던지 해서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 그런 사람들이 쫙 나오겠죠.

공부 쪽도 마찬가지야. 결국엔. 살아남은 모습이.

그럼 나는 미래의 골(goal)이 이런 쪽이야, 이렇게 골을 잘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 4학년이죠? 나는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런데 그 과정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돈을 빨리 벌 수도 있고, 늦게 벌 수도 있고, 또 어디는 괜히 가서 쓸데없는 일을 많이 할 수도 있고, 어디는 가서 많은 일을 할 수도 있어.

예를 들어 A라는 기업과 B라는 기업에 갔는데, A는 석박사만 잔뜩 있어. B는 석박사가 별로 없어. 근데 나는 학부 나왔어. A가면 매일 쓰레기통만 비우고 있겠지. 석박사가 많아, 나같이 학부 나온 사람은 능력이 별로 없는 거야. 그러면 이 사람이 할 일이 뻔해. 시키는 잡일, 엑셀 가서 쳐와, 뭐 해와,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고 있을거야.

B에 가면, 어 이 사람 능력있는 사람이네, 어려운 일만 시킬거야. 장단점이 다 있어요. 여러분 잘 생각해보고, 내가 어느 쪽을 갈 것인지.

그리고 이 기업의 미래의 모습은 이런 거야, 저 기업의 미래의 모습은 저런 거야.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이런 거야. 내 비전이랑 맞아야 되.

그리고 가는 과정이, 서바이벌 할 수 있는 과정이냐, 라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근데 이걸 다 생각해서 결정하려면 못 결정해. 인간은 신이 아니니까. 그럼 어떡해? 내 현재 상황에서, 나에게 주어진 선택들이 있어요. 한 10개 정도 있다고 생각해봐. 그 중에서 2~3개 정도 압축하는 일은 쉬워요. 그런데 2개 중에 어떤 것을 할까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

왜냐하면 아무도 못 들어봤고, 누구에게나 말하면 말이 다 틀려. 이 사람은 이게 맞고, 저 사람은 저게 맞고, 근데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있고.

그러면 이때 사람이 유일하게 결정할 수단?




이렇게 결정내기 어려울 때가 많잖아. 길을 가는데 갈림길이 생겼어. 이쪽 끝도 안 보이고 저쪽 끝도 안 보여. 그 중에 어딘가 하나는 가야해.

그러면 사람들 모습이 있어. 어떤 사람은 죽치고 앉아서 가만히 있어. 어떤 사람은 잘 모르겠어서 뒤로 돌아가. 어떤 사람은 어느 쪽이던 간다고 가. 여러분이라면 어떡할까?

갈등 생기잖아. 우유부단한 사람은 아무데도 못 가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 우유부단하지 않고 그냥 대충 쉽게 결정하는 사람들은 아무데나 가. 진짜로 생각도 안 하고 가. 가다보면 길이 나오겠지.

그런데 우연히 이 길은 좋은 길이었어. 그럼 좋은 거고. 가다 보니까 저 쪽은 별로 안 좋은 길이었어. 한참을 가다가 아닌 것 같아서 다시 돌아왔어. 그럼 시간 많이 소모하고.

여기 갈림길에서 사람들이 대부분 뭐를 할까? 두 가지 선택이야.

1. 오랫동안 사람들이 했던 거. 동전 던지기. 확률은 1/2 아니야. 동전 딱 던지면 떨어지는데 뭔가 운이 있겠지.

굉장히 좋은 방법이야. 왜냐하면 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으니까. 모르는 순간에 결정을 빨리 내리면 시간을 절약해. 종교 없는 사람.

2. 종교 있는 사람은, 기도를 해요. (하하) 정말이야.

왜냐하면 나는 모르니까, 이 밖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신에게 물어봐. 그래서 자기 마음 속에서 응답을 받아서 결정하고.



...여기까지 말이 나오게 된 건 교수님이 기독교인이라서일 것이다. 나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갈림길에서 기도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1번이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도 고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민해도 모르는 건 모르니까. 고민할 시간에 빨리 결정하고 어쨌든 뭐라도 해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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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트 - 가지 않은 길
R. Frost - The Road Not Taken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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