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3/04/15 00:40(년/월/일 시:분)
용인에서 서울로 가는 경부고속도로는 거의 대부분 막힌다. 특히 양재 넘어가는 구간은 안막히는 날이 거의 없는데... 몇 년을 운전하다보니 약간의 패턴이 보이더라.
* 상향(서울방향) 기준
차선은 2차선보다는 3차선, 3차선보다는 4차선이 빠르다. 왜냐하면 오른쪽으로 차가 빠지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나가는 구간이 막히는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이쪽이 빠르다.
그리고 나가는 구간이 아니라 합류하는 구간이라도, 합류할때 차선이 넓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4차선이 빠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시야를 멀리 보고 차선의 흐름을 자세히 보면, 일시적으로 빨리 빠지는 차선이 보인다. 그럴땐 잽싸게 그 차선으로 끼어들면 아주 조금이라도 빨리 갈 수 있다.
그리고 차선의 파동이 있다. 2차선은 2차선별로 빨라졌다가 느려졌다가 하고, 3차선도 3차선 나름대로 가다 섰다를 반복한다. 그러므로 이 파동의 불일치를 잘 이용하면, 2차선이 빠를 파동에는 2차선을 탔다가, 3차선이 빠를 파동으로 갈아타면 아주 조금씩이라도 빨리 갈 수 있다. 무척 피곤한 일이고, 차선을 바꿀때 뒷 운전자가 양보해주는 것을 전제로 한 일이지만, 정말 단 1분이라도 아쉬울땐 시도할만한 방법이다.
그리고 정 급할 경우에는 얌체짓이긴 하지만, 오른쪽으로 빠지는 차선으로 쭉 빠지다가 길이 갈리는 직전에 왼쪽으로 끼어드는 방법도 있다.
합류하는 차선의 경우가 텅텅 비었을 경우에는 합류되는 최후의 지점까지 가서 합류하는 쪽이 더 빠르다.
물론 이렇게 눈치를 보면서 막판에 끼어드는 건 조금 빠르긴 하지만, 운전하는 나도 피곤하고, 끼어들때 상대방의 양해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셈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안 하려고 하지만 정 급할땐 간혹 하기도 한다. 죄송합니다...
이걸 보니 주식시장의 기술적 분석 같더라. 주식 트레이딩 하시는 분들의 가장 큰 딜레마가 "과연 시장을 정밀하게 분석하면 평균 수익률을 상회할 수 있을 것인가"인 것 같다.
애초에 정말 오를만한 주식만 신중하게 골라서 장기투자를 하면 어차피 오를 것을, 단기적으로 요리조리 분석해서 남들보다 단 0.1%라도 추가수익을 올리기 위해 컴퓨터 앞에 들러붙어있는 것이 과연 의미있는 일인가? 라는 고민인데.
그거야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 마치 내가 꽉 막힌 경부고속도로에서 위에 쓴 것처럼 요리조리 기회가 되는데로 끼어들면서 조금이라도 빠른 차선으로 진행한다면, 당연히 대부분의 차보다 약간이라도 빨리 간다. 경험적으로 볼때 물론 아무리 빨리 가봤자 총합이 3분 빨리가는 정도이지만, 그정도도 아쉽다면 충분히 시도할만 하다.
그래서 나는 주식을 할 생각이 잘 안든다. Hubris님처럼 유능한 트레이더분들이 눈에 불을 켜고 하루 종일 주식생각만 하면서 아주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내려고 하는 판에, 매일 일에 바쁜 내가 틈틈히 짬을 내서 하는 주식투자가 과연 그 분들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이길 자신이 없다.
실제로 나도 운전할때 그냥 넉놓고, 앞차와의 간격도 넉넉히 두고, 껴드면 껴드는대로 다 양보해주고 맘편히 안전하게 운전하는 타입이다. 그런데 쓰는 정신이 아깝다. 그런데 신경쓸 것을 하나하나 다 아껴서 내 자격증 공부하는데 쓴다던가 하는 내 인생을 사는데 투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