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8/03/05 22:17(년/월/일 시:분)
얼마전 낢이야기에서 좌우가 바꼈다.
http://comicmall.naver.com/webtoon.nhn?m=detail&contentId=22045&no=135
낢이 사는 이야기 134화 <운전>
http://narm.co.kr/
다이어리 2008년 3월 1일
그런데 나는 이 실수가 실수로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용 흐름에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 좌우실수가 내용 흐름을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실수를 무의식적으로 저질렀다는 데서 낢이 평소에 얼마나 대사의 흐름을 중요시 여기는가를 알 수 있다.
아마 낢은
1. 오른쪽에서 순대국집을 보았다
2. "언니 저기 순대국 맛있겠다"고 말한다
3. 언니 마음의 소리 '좀 듣기라도 해라..!!'
이 순서를 살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위에서->아래로 마우스 스크롤 방향에 따라 대사와 캐릭터를 배치했을 것이다. 이것이 평소 낢이야기의 스타일이다.
기존에는 배경이 방이나 거실이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의 흐름에 따라 적절히 인물의 위치를 바꿔가며 위에서->아래로 인물을 배치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방이나 거실에서는 인물이 다소 움직여도 괜찮으니까.
하지만 차 안에서는 인물의 좌우가 뒤바뀔 수 없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자리는 아무리 카메라를 돌려도 바뀌지 않는다. 이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에서처럼 1. 컷을 분할하던가 2. 좀 더 복잡한 카메라 워크가 필요하다. 하지만 1. 컷을 분할하면 시간이 지체되어 흐름이 다소 깨지고 2. 복잡한 구성은 단순한 낢이야기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대사의 흐름을 보존하기 위해서 차의 운전석과 조수석을 바꾸는 것이 편리하지 않을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내용 전달에 무리가 없고,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수도 있는데.
박찬욱 감독도 "친절한 금자씨"에서 의도적으로 좌우를 바꿔서 찍은 적이 있다.
http://xacdo.net/tt/index.php?pl=423
정성일: 이 장면이 아름다운 건 맞는데, 한가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송강호를 쏜 다음, 제니를 위협하는 신하균을 금자가 총을 들고 따라가는 장면이 있어요. 이게 단 두숏밖에 안 되는데 숏이 뒤집혔잖아요. 상상선을 완전히 뒤집었어요.
그러니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던 사람이 다음 숏에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죠. 그런데 그걸 뒤집을 수 있는 근거가 없거든요. 그런데도 그냥 뒤집었어요. (후략)
박찬욱: 그건 사실 촬영감독의 주장이었어요. '왜 뒤집어야 되겠냐' 그랬더니 배경이 단순한 편이 좋겠다는 거에요. 이쪽으로 갔을 때는 집도 있고 하니까 단순한 느낌의 평면적인 배경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래서 '그 말은 맞는데 그럼 이걸 관객에게 어떻게 설득할 거냐'고 토론을 했는데, 결국 합의를 본 것은 이 길이 어떻게 생긴 길인지 설명하는 것이 여기서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 (중략) 인물에 대한 주목, 아주 평면적인 배경에서. 그같은 배경 아래서 인물이 도드라지는,
그런 효과를 위해서는 그 정도는 무시되도 좋다고 생각한거죠.
그런 의미에서 낢은 앞으로도 내용의 흐름에 큰 문제가 없는 한 좌우를 다소 뒤바꿔 그려도 큰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좌우가 바껴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