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7/07/27 04:30(년/월/일 시:분)
기네스(Guiness) 맥주를 먹는데는 다소 요령이 필요하다. 그냥 먹으면 씁쓸할 뿐이지만, 안의 내용물이 적절하게 뒤섞인 상태에서 재빠르게 먹으면 흑맥주 특유의 두터운 맛을 즐길 수 있다.
자, 일단 컵을 준비하자. 기네스는 병이나 캔 채로 마시면 맛이 없다. 왜냐하면 병이나 캔 안에서는 기네스의 맛있는 부분이 가라앉아 있거나 붕 떠있기 때문이다. 컵에 따르는 과정에서 이런 맛있는 부분들이 서로 뒤섞이면서 기네스 맥주를 맛있게 만든다.
다른 맥주처럼 조심조심 따르지 말고, 콸콸 따른다. 뒤섞여야 맛있잖아. 이때 거품을 조심해야 한다. 기네스의 거품은 다른 맥주의 거품보다 훨씬 두텁고 오래가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넉넉하게 조금만 따라야 한다.
이제 거품이 꺼지기를 2분 정도 기다리자. 이 2분 정도 기다리는 시간이 다른 맥주에는 없는 기네스만의 독특한 시간이다. 일부 술집에서는 공기를 주입하는 기계로 거품이 덜 나게 뒤섞기도 하지만, 우리집에는 컵밖에 없으니 거품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거품이 적절하게 꺼졌으면, 맛있는 부분이 가라앉아 버리기 전에 재빨리 마시자. 맨 위의 두터운 거품과, 바닥에 가라앉은 침전물과, 중간 부분의 씁쓸하고 텁텁한 맛이 동시에 섞이면, 다른 맥주에서는 맛볼 수 없는 풍부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씁쓸하기만 한게 아니라 좀 더 풍부한 맛이 느껴진다면 성공이다.
물론 마셔주면서 가라앉는 찌꺼기들까지도 컵을 간간히 흔들어주면서 깨끗이 비우는 것 또한 요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