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음악
07/07/16 06:53(년/월/일 시:분)
요즘 MTV에서 이상하게 이 음악을 밀어주길래 신기해서 들어봤다. 단 두명으로 구성된 단촐한 멤버 구성과, 그 멤버 또한 도저히 안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친해 보이는 불가사의한 남녀 커플이라서 자뭇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리고 곡 가사 또한 요즘 나의 화두인 "히스패닉"을 자극하기도 했고(뮤직비디오에 스페인어 자막을 넣었을 정도).
그래서 앨범 가게에 가서 "Icky Thump 주세요." 라고 했더니 못 알아듣는거야. 너무 신인이라서 모르는 걸까? 그래서 "앨범 이름이 The White Stripes 인거 있잖아요~" 그랬더니 그제서야 찾아주더라.
알고보니 밴드 이름이 The White Stripes였고, 앨범 이름이 Icky Thump였던 것이었다. 앨범과 밴드 이름을 거꾸로 말했다니;; 그러니 못 알아듣지 -_-
밴드에 대해 좀 더 조사를 해보니, 신인도 아니더라. 1997년에 데뷔해서, 새삼 옛날 개러지 락(Garage Rock)을 아주 미니멀리즘하게 다시 꺼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룹이더만. 아니 음악한지 10년이 넘었으면서 왜 아직도 실력이 신인 같은 거야? 뭐 그게 개러지 락의 특징이긴 하다만.
더욱 더 알 수 없는 것은 이 두 멤버에 대한 건데, 일단 이 둘의 이름부터 보자.
Jack White - Vocal, Guitar
Meg White - Drum, Vocal
아니, 베이스는 어디 있어? 그건 둘째치고, 얘네 부부 사이야? 이렇게 묻자 그들은 "남매 사이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물론 루머에 따르면 사실 이들은 부부였다가 2년만에 이혼한 사이였고, 그것도 남편이 아내의 성을 따랐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또한 남매는 남맨데 친남매가 아니라 이복남매라나... 이것 또한 믿거나 말거나.
http://kin.naver.com/db/detail.php?dir_id=30606&eid=PAaGjJguAR0qn+0RZhBaBEDbiY+xw/LD
The White Stripes 멤버 Jack & Meg White
어떤 관계인가요? 생김새가 전혀 남매같지 않은데요...
xysong: 전 남매라고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어떤 잡지에서 이 그룹은 처음에 남매라고 주장했으나, 알고보니 한떄 부부였고, 남자가 여자 성으로 개명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라 되어있더군요..쬐개 충격이었음다.
http://kin.naver.com/db/detail.php?dir_id=30606&eid=1+SBlvCqeots2eLyce8CJtkdCtq3FrZj
둘의 나이차가 겨우 7개월밖에 안 되는데 이복남매인지 친남매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글고 부부라는 증거로 인터넷상에 나돌았던 이혼서류는 팬이 만들어낸 거라고 하던데요. 제가 볼때엔 둘이 외견상으로도 많이 닮은 거 같아 남매같다는...
하여간 The White Stripes는 한때 잘 나갔으나 유행에 밀려서 인기가 확 떨어진 후로는 둘 다 그룹을 내팽개치고 각자 다른 그룹에서 활동하다가, 오랜만에 뭉쳐서 이 앨범을 낸 것이라고 한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반가울 만도 하고, MTV에서도 일부러 밀어줄 만도 하다.
밴드 사정이야 어쨌든, 사운드가 참 심플해서 마음에 들더라. 하긴 요즘 사람들이 베이스에 별로 신경을 안 쓰니까 대충 빼도 무방하고, 실제로 펑크 락에서는 맨날 병행8도로 멜로디랑 똑같이 진행하니 도대체 베이스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어차피 파워코드로 진행할 거면 기타에서 베이스 진행을 적절히 해 줘도 되잖아,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 같은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베이스를 빼먹기도 했고. 이렇게 락에서 필수적일 것 같던 베이스를 빼도 별 문제가 안 되는게 신기하게 들리기도 했다. 아니 그거야 1990년대 후반에 이미 이 그룹이 해먹었던 거긴 하지만.
베이스를 빼먹으면 좋은 점이 일단 음악 만들기가 간편해지고, 단 둘이서도 락 밴드를 해 먹을 수 있고, 그래서 부부 밴드도 가능하다.. 물론 부부는 아니지만, 남매 밴드... 아니 커플 밴드도 가능하겠다. 오빠는 기타 치고 동생은 드럼 치면서 둘이서 쿵짝쿵짝 잘도 논다.. 뭐 이런 느낌이랄까. 참 친해보이고 화목하게 들린달까.
요즘들어 락 밴드들이 하나같이 기계처럼 척척 박자와 음정을 정확히 맞추고, 기타 간주나 애드립 또한 유행이 지나서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오랜만에 옛날 복고 스타일로 대충대충, 곡 진행하다가 막히면 애드립으로 때워먹고, 간혹 박자나 음정이 어긋나는 것까지 레코딩에 고스란히 살려놓은 거친 락을 들으니까 의외로 신선하더라.
나는 처음에는 신인인줄 알고 "다소 실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앞으로가 기대된다"라고 끝낼 작정이었는데, 음악을 10년이나 해먹은 작자들이 아직도 이렇게 엉성한 음악을 하는 걸 보니 앞으로를 기대할 수도 없고. 이런 옛날 음악을 오랜만에 가지고 나오니까 지금은 신선하게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구닥다리 음악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요즘들어 이상하게, 옛날에 해체했던 그룹들이 다들 재결성해서 앨범 내더라. 이 The White Stripes만 그런게 아니라, The Smashing Pumpkins도 냈고, NIN, Marilyn Manson 등 도대체 그동안 뭐했나 싶었던 사람들이 다들 앨범을 들고 나오더만.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나.
http://www.weiv.co.kr/review_view.html?code=album&num=1200
뭐니뭐니 해도 이들의 음악엔 베이스 기타가 빠져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눈에 띄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들의 노래 중 베이스 기타가 첨가된 곡은 [De Stijl] 앨범에서 "I'm Bound To Pack It Up" 뿐이다(이에 대해 잭 화이트는 "우리는 결코 베이시스트를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만사를 너무 지나치게 만들 뿐이다"라고 말한다). 철두철미 하드한 록 음악을 연주하면서도, 통상 없어서는 안될 악기로 누구나 여기는 베이스 기타가 빠져있다는 사실은, 다분히 '실험적'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실험적'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미래 지향적인 뉘앙스와는 어긋나게, 화이트 스트라이프스가 추구하는 세계는 철저히 '과거 지향'이다. 즉 이들이 기본으로 삼고있는 음악이란 미국 남부 지역 (미시시피 델타) 블루스와 거라지(garage) 록이다. 어찌 보면 '재탕'에 불과한 이들의 음악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선하면서 충분히 '실험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이에 대한 해답의 핵심은 이들의 태도가 무엇보다도 '멋 부리지 않는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