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출판
12/08/17 07:11(년/월/일 시:분)
안철수의 생각을 읽고 난 맨 처음 감상은 이거였다. 야 이거 생각보다 허술한 부분이 많은 사람이네. 예를 들어 교육 부분은, 본인이 공부를 오래 하기도 했고 교수이기도 해서 그런지 매우 훌륭했지만, 중국 등에 대한 외교 문제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고, 딱히 틀린 얘기를 안했을 뿐이지 거의 대답을 못했다고 할 만 하다.
근데 솔직히 중국에 대한 외교 문제도, 안철수 본인이 질문을 듣고 집에서 곰곰히 생각하고, 책도 찾아보고,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하면 본인의 생각이 생기지 않을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정말로 대답을 잘 못한 그대로 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제정임 교수를 인터뷰어로 고른 것도 본인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고, 제정임 교수가 밝혔듯이 본인이 한 질문들도 큰 주제만 잡았지 자세한 질문내용을 미리 알려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즉 이 책은 정말로 객관적인 실전 면접이었던 셈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안철수 본인도 자신이 대통령감인지 아닌지 정말 궁금하다. 그런데 그 판단을 본인이 내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남에게 물어보기도 좋지 않다. 가장 좋은 판단은 국민이 내리는 것이다. 그럼 어쩌면 좋을까?
내가 정말 대통령감인지 아닌지 스스로 면접을 보고, 그 판단을 국민에게 맡기자.
그래서 내가 보기에는 이 책 내용도, 오타를 고치거나 흐름을 매끄럽게 한 것은 있어도, 내용 자체를 다듬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만큼 안철수가 생각보다 대답을 잘 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낱낱이 책에 숨김없이 솔직하게 적어 놓았다. 나는 정말 이 점이 대담하고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렇게 본인의 장점은 물론 단점까지도 낱낱이 공개하고 어떤지 국민에게 묻는 것이, 정말 뻔뻔할만큼 자신감있다고 본다.
안철수의 의도대로, 내가 교수님이 되어 안철수 학생에게 대통령 면접에 학점을 부여하자면 음... B-에서 C+ 정도? 재수강을 받으면 더 잘 할수도 있겠지만 정말 스마트한 타입은 아닌 것 같다.
근데 사실 이 B-에서 C+ 정도에 불과한 답안지를 보면서, 왜 다른 정치인들은 이 정도의 답안지도 내놓지 못하는지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안철수의 답안은 하나도 새로울 게 없고,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얘기들이다. 그런데 왜 이런 얘기가 지금까지의 구태 정치판에서 나온 적이 없는지, 그런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지 통쾌한 맛은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철수가 대통령이 안 되도 좋으니, 다른 경쟁 후보들께서 이 책을 많이 베끼셔서 이대로만 해줬으면 좋겠다. 여기 똑똑한 학생이 풀어놓은 답안지가 있으니, 다들 컨닝해서 우리나라의 성적을 올려줬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나는 솔직히 누가 대통령이 되건 상관이 없다. 왜 안철수까지 대통령을 해야 되나, 다른 할 것도 많은데.
그리고 여담으로, 이렇게 안철수의 생각에 대해 가장 정확한 논평을 내놓은 곳은 의외로 중앙일보였다. 다른 신문들은 책 자체를 보지 않고, 이것의 숨은 의도나 방향성을 재단하려고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중앙일보만 안철수의 답변 자체의 퀄리티를 평가했다. 심지어는 경향, 한겨레, 오마이뉴스도 하지 못한 것을 중앙일보가 한 것은 참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