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도닷넷 블로그
작도닷넷 블로그

리뷰 - 영상

밤섬해적단, 습격의 시작 (2016)

16/10/31 01:27(년/월/일 시:분)

먼저 GV(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무리한 질문을 한 것을 사과드리고 싶다. 말을 꺼내기가 쑥스러워서 계속 미적거리다보니 다른 분이 내가 생각했던 질문을 먼저 하시는 바람에, 당황해서 아무 질문이나 억지로 쥐어 짜내느라 질문이 좀 무리해졌다. 사실 제일 하고 싶은 말은 시사회 날이 내 생일이라 생일을 축하해달라는 말이었는데 까먹어서 못했다.

평소 권용만의 팬으로서 밤섬해적단을 좋아했으나, 왠지 공연에 가면 막 슬램하다가 부딪쳐서 다치고 그럴까봐 무서워서 가지는 못하고, 먼 발치에서 그냥 음악만 조용히 들으며 혼자 좋아하곤 했다. 그래서 실제 공연 모습이 궁금했고, 도대체 공연에서 음악 말고 무슨 멘트를 하고 무슨 퍼포먼스를 하는지 궁금했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서 좋았다.

2011년부터 장장 6년에 걸친 밤섬해적단의 밤꽃 향기나는 여정을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충실히 압축한 다큐멘터리였다.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 정윤석은 마치 사바나 초원으로 맹수를 취재하러 떠난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감독처럼, 맹수와도 같은 그들의 활동상을 에스노그래피(ethnography)적으로 치열하게 담아냈다. 그 노고가 정말 감탄스러웠다.

밤섬해적단의 음악은 만들다 만 것 같다. 그들의 생각 또한 완성되지 않은 것 같다. 정확히 어떡해야 할지 마음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그냥 이것 저것을 마구 저질러보는 무모한 열기로 아주 뜨거웠다. 그 미완의 에너지가 영화를 보는 나까지 온 몸을 땀으로 흠뻑 젖게 했다.

지금 바로 여기, 한국의 이 시대에 가장 위험한 소재인 북한을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이 마구 가지고 놀다가, 박정근이 북한 트윗을 리트윗해서 국가보안법에 걸리면서 이 영화는 갑자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법원에서 변론을 하고, 친구로서 증인 석에 서고, 결국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며 이 영화는 뜬금없이 끝나버린다. 그들의 음악이 미완이었듯이, 이 영화 또한 미완인 상태로 끝나버린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앞으로 잘 되기 하는 걸까? 지금까지 부딪쳤던 많은 충돌들은 무슨 의미였을까? 박정근은 항소를 했을까? 2심 결과는 어땠을까? 이 영화는 그런 많은 질문들을 빈 칸으로 남겨놓은채, 아무런 기약 없이 밤섬해적단의 "나는 X발 X라 젊다"는 노래를 엔딩곡으로 깔며 끝나버린다. 지금까지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와장창 무너지며 헛헛해져 버렸다.

하여튼 밤섬해적단의 팬으로서 매우 즐거운 영화였다. 앞으로 이 영화가 개봉하고 VOD로도 올라온다면 다시 보고 싶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들의 유쾌한 난장판을 한번 구경이나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공식 해체한 밤섬해적단 멤버들, 권용만과 장성건의 다음 행보는 물론, 정윤석 감독의 다음 작품 또한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밤섬해적단 습격의시작 Trailer No.1-김정일 만세

http://www.facebook.com/BamseomPirates/
밤섬해적단 습격의 시작 - 권용만, 단편선, 박정근, 장성건

http://m.cjazit.org/mw_program/proTab52View.asp?bbsSeq=90
창작자 프로필(정윤석) 연출/제작

[콘셉트]
21세기 마당놀이 밴드“밤섬해적단",
탐욕스런 세상을 향한 그들만의 BGM

[기획의도]
90년대 인디문화의 집결지였던 <홍대앞>은 급속도로 진행된 상업화로 인해 본래의 성격을 잃어갔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탄생한 밤섬해적단은 현재 인디씬이 가장 주목하는 문제적 밴드이다. 사회의 다양한 치부를 건드리지만 관객들에게 소음으로 다가가기 일쑤인 그들의 음악은 2012년 한국을 비유하는 명징한 사건이다.
그동안 밤섬은 제주도 강정마을, 일본 후쿠시마등 현재 정치적으로 첨예한 갈등의 공간에서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어왔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로서 그들의 질문과 나의 고민은 다르지 않다 그들과 함께 떠나는 이 긴 여정을 통해 서울만이 문화의 중심으로 이야기되던 주류 담론을 벗어던지고 음악이 그리고 예술이 이 사회와 호흡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하고자한다.

http://xacdo.net/3cf
삼류만화 패밀리 추억의 장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2572

이름
비밀번호
홈페이지 (없어도 됩니다)

비밀글로 등록
작도닷넷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전 목록]   [1] ... [13][14][15][16][17][18][19][20][21] ... [2298]   [다음 목록]

최근 글

이웃로그 관리자 옛날 작도닷넷 태터툴즈 ©현경우(xacdo) since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