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7/01/24 13:48(년/월/일 시:분)
예전에 내가 중학생 때, 하이틴 문고 코너에서 언뜻 봤던 시집에 이런 짧은 시가 있었다.
첫사랑이 실패하는 이유
무엇이든 처음은 서투르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가시는 걸음걸음 왕소금 뿌리오리다 (1996년, 양재선) 중에서
참 그 넓은 한 페이지를 단 한 줄의 시로 채운 대담함에 나는 충격을 받아서, 서점에서 서서 훑어보던 것에 불과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한 편의 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 첫사랑은 서툴러서 실패하는구나. 이 한 마디 말이 첫사랑을 하기 전부터 계속 머리 속에서 맴돌았고, 첫사랑을 하는 중에도 계속 맴돌았고, 말처럼 첫사랑이 실패한 후에도 계속 맴돌고 있다.
물론 어떤 사람은 첫사랑이 실패하지 않고 오래 가서 결혼까지 가는 경우도 있지만, 별로 부럽지는 않은게 그게 노련해서 오래가는 것 같지는 않거든. 그냥 서툰 채로 오래 갈 뿐이지. 다른 사람을 사귀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는 다른 사랑은 어떠려나, 하는 생각도 항상 있고. 그래서 이런 시집도 있었지. "넌 가끔 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가다 딴 생각을 해"(1992년, 원태연)
http://blog.empas.com/iall1718/14067215
양재선 : 75년생. 현재(2003년)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재학중이며 사랑에 관한 세 권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출신의 작사가이다. 2001년 KBS 가요대상, 작사가상을 수상하며 작사가 양재선의 이름을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요즘 히트하는 웬만한 가수의 앨범에 양재선 작사란 이름이 붙지 않은 타이틀은 거의 없다.
시집 : 1996년『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가시는 걸음걸음 왕소금 뿌리오리다』, 1997년『님은 갔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님은 완존히 맛이 갔습니다』, 1998년 『빼앗긴 남자에게도 호출은 오는가』출간
http://news.naver.com/news/read.php?office_id=230&article_id=0000000627§ion_id=106
<넌 가끔 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가다 딴 생각을 해>. 90년대 초반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나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원태연의 시집. 여기에 실린 시들은 솔직하고 아주 쉬운 말로 씌어진, 가슴 시린 사랑 얘기들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고 위로도 받았다. 물론 한낱 말장난일 뿐이라느니 깊이가 없다느니 하는 비난도 들었다. 그리고 이 시집의 성공이 또 다른 원태연 류의 양산으로 이어져 결국 우리나라 시문화의 질적 하락을 초래했다는 지적까지도 있었다. 대중적으로는 시원스런 한방의 홈런이지만 문학 쪽에서는 파울볼인, 뭐 그런 맥락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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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도리표 연애이야기 - 연애의 룰 |
연애가 오래가는 것은 서로 좋아하는 정도 보다는, 위기 상황이 닥쳤을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것에 좌우되기 때문에, 이런 연애의 암묵적인 룰을 잘 모르는 연애초보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이게 뭐 야겜도 아니고 무슨 공략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부분에서 세이브 로드를 반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 첫사랑은 오죽하랴.
이게 뭐 서점에 수두룩한 연애 책만 읽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연애를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들이 많다. 특히 사랑에 빠졌을 때는 모르는 것이 나중에 사랑을 깨고 나서야 뒤늦게 알게 되는 것들도 많고. 그래서 사랑은 헤어져봐야 느는 거라고 하는 거겠지.
이렇게 사랑을 하는 데는 연애 경험이 필요하고, 그러다보니 첫사랑은 연애 경험이 부족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첫사랑은 슬프게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보이는데.
사랑은 홍역과 같다. 우리 모두가 한번은 겪고 지나가야 한다. - J.K. 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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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말야, 25살이 넘어서도 동정이라면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지. |
내 인생에 과연 몇 명이나 들러서 잠시 쉬었다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초반부에 들리실 분들께는 많이 상처를 줄 것 같아서 미안하다. 고맙지만 미안해.
등짝에다가 연애초보 딱지를 붙이고, 살얼음 위를 걷듯이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딛지만, 그래도 아마도 여러가지로 사고를 치고 위험천만한 경험을 많이 하겠지.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더라도 해보지 않으면 늘지 않으니까.
서툴어도 이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