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의 이해
07/01/12 14:13(년/월/일 시:분)
오늘 영어회화 시간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얘기가 나왔다. 외국인 강사는 마침 오늘이 레오의 신작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개봉날이라서, 주말에 영화를 보러 갈 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다들 레오는 느끼해서 싫다고 했다. 그런데 외국인 강사가 느끼하다는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이었다.
도대체 "느끼하다"를 영어로 뭐라고 해야 할까?
처음에 나온 단어는 oily(기름진)이었다. 하지만 이건 우리가 사람에게 쓰는 느끼하다는 뜻과는 거리가 있었다. 기껏해야 얼굴이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걸 떠올리는 정도였다. 우리는 외국인 강사에게 느끼하다는 말을 설명하려고 기를 썼다. 너무 로맨틱한, 지나치게 자신감 있는, 많은 여자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러다가 다음으로 나온 단어가 cocky(건방진)이었다. 하지만 역시 외국인 강사는 레오가 cocky하지 않다고 말했다. 레오는 남자지만 여자같이 예쁘장하고, cocky는 다소 남성다운 우락부락한 사람에게나 쓸 법한 말이라는 것. 그렇게 따지면 미국의 이준기라고 볼 만도 한데. 그러면 브래드 피트는 느끼하지 않느냐? 라고 물었더니 우리는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아니 그러면 도대체 느끼한게 뭐냐? 외국인 강사는 혼란에 빠졌다.
다음으로는 프렌즈의 조이를 예로 들며, "How you doing?"하는 게 느끼한 거라고 했다. 리마리오를 예로 들려 했지만 그건 알리가 없었고. 다소 이탈리안 계열의 느끼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역시 실패.
마지막으로는 다시 oily(기름진)으로 돌아가서, 기름을 먹으면 토할 것 같지 않느냐, 예를 들어 여자에게 "너를 사랑해, 베이비."하는 게 느끼한 거다, 했지만 아니 그게 왜 토할 것 같은가?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게 왜 토할 것 같은가? 역시 납득을 하지 못했다.
하여간 무려 15분 동안이나 이 단어를 외국인 강사에게 납득을 시키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어쩌면 미국 사람들은 그들 특유의 양키스러운, 과장되고 생색을 내는 투에 익숙해져서 느끼하다는 개념이 딱히 없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미 모든 사람들이 혀에 버터를 바른 것처럼 기름이 철철 흐르는 생활을 평소부터 익숙하게 하기 때문에 따로 느끼하다는 개념조차도 없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