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2/03/29 02:03(년/월/일 시:분)
이상하게 자주 코가 막혀서 이비인후과를 자주 다녔는데, 어느 의원을 가나 듣는 얘기가 2개 있었다.
1. 알러지 테스트 해보자.
2. 비중격 만곡증이다. 수술하자.
알러지 테스트는 했더니 집먼지 진드기와 옥수수 알러지가 나왔다. 그래서 그 후로 방 청소와 이불 빨래를 자주 하고, 빨래할 땐 꼭 피톤치드가 들어간 피죤을 쓰고, 영화볼 땐 팝콘을 덜 먹었다.
문제는 비중격 만곡증인데... 중학교 때 친구한테 맞아서 코뼈가 부러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코가 휘어서 비염이 잘 생기는 것 같았다. 특히 오른쪽 콧구멍이 좁은데, 거의 숨이 안 쉬어졌다. 안 그래도 코를 많이 골고, 검사결과 수면중 무호흡증도 있었는데 아마 이것 때문인 것 같았다.
마침 비중격 만곡증 수술을 한 친구가 있어서 병문안을 갔었는데, 코 안에다가 솜을 잔뜩 넣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만화책을 잔뜩 갖다 줬는데, 머리가 아파서 읽지를 못하겠다고 했다.
할까 말까... 아프긴 한 것 같은데... 이렇게 우물쭈물하는 사이 3년이 흘러 버렸다. 그러다 갑자기 회사생활 처음으로 널널한 시간이 생겨서 이 참에 수술이나 하자 싶었다.
그냥 동네 이비인후과 아무데나 가서 하겠다고 했다. 검사비, 수술비, 진료비, 약값 등 다 해서 총 70만원 정도 나왔다. 보험은 안 된다. 수술 당일은 잠깐 입원했다가 당일 퇴원했다.
자, 수술이 시작되었다. 치과 치료에 쓰는 리도카인 솜을 코 안에 잔뜩 넣고, 둔탁해진 감각으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정말 치과 치료를 하듯, 코 안에 살 자르는 감각, 연골 부시는 감각이 둔탁하게 느껴졌다. 꼬박 한 시간을 의사선생님이 낑낑대며 (진짜로 낑낑대는 소리를 들었다) 내 코 안을 잔뜩 잘라내고 깨 부신 끝에, 나는 겨우 회복실로 옮겨질 수 있었다.
아 ㅅㅂ 진짜 아프다.... 엉엉엉... 나는 한참을 울다 잠이 들었다. 일어나보니 한 1시간을 잤다. TV보고 놀다보니 밖이 어둑어둑해졌다. 집에 가라고 해서 차 끌고 집에 갔다.
총 4시간 정도 걸렸다. 집에 오니 슬슬 마취가 풀리면서 코가 맵고 눈물이 잔뜩 났다. 숨이 잘 안 쉬어져서 머리도 아팠다. TV고 책이고 인터넷이고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
무엇보다 눈이 너무 매웠다. 찬 물로 눈을 씼어도 금방 다시 매워졌다. 진짜 미칠 것 같았다. 난 동네 의원에서도 되길래 가벼운 수술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고통스러웠다.
3일 후 이비인후과를 다시 찾았다. 코 안에 잔뜩 넣은 솜의 일부를 뺐다. 그 후로 1주일에 2번씩 의원에 들려 경과를 보다가, 1주일 후에 모든 솜을 뺐다. 나는 솜만 빼면 괜찮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눈은 좀 덜 매운데, 뻐근하게 아픈 건 여전헀다.
실제로 다 낫기까지는 꼬박 한달이 걸렸다. 수술 후 두달이 지난 지금은? 확실히 감기가 걸려도 코막힘이 덜 하고, 밤에 코도 덜 곤다. 다만 연골을 잘라낸 탓에 콧등이 좁아지고 콧날이 얍실해진 건 있다. 하는 김에 코 성형도 같이 할 걸 그랬다.
자, 같은 증상의 여러분께 이 수술을 추천할 것인가? 이건 당연히 해야 한다. 삶의 품질이 높아진다. 게다가 동네 의원에서도 가능하다. 다만 꽤 아픈 건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