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품들 - 스토리
07/01/05 15:55(년/월/일 시:분)
태양은 오래 전부터 탑을 쌓았다.
"뭘 그렇게 쌓는 거야?"
"탑을 쌓아요."
"쌓아서 뭐 하려고? 어차피 무너질 것을."
"일종의 게임이에요."
게임이다. 긴장의 축적과 해소. 오랜 시간을 걸쳐 탑을 쌓는 긴장감과, 한 순간에 무너트리는 쾌감. 그 단순한 두 가지 요소가 게임을 구성한다. 태양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런 놀이를 즐겼다.
"이번엔 또 어디에 쌓는데?"
"지구요."
"아, 거기 세번째 행성 말이지?"
"신비로운 곳이죠. 유독한 산소와 물로 가득찬 곳."
"과연 그런 곳에서도 생명이 탄생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게임이죠."
게임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게임은 성공적이었다. 태양은 차곡차곡 에너지를 모아 엔트로피의 탑을 쌓았다. 생명이 만들어지고, 생명의 잔해가 쌓여서 석유가 만들어지고, 이를 근거로 문명이 발달하고. 핵폭탄이 나오고, 인터넷이 나오고, 인간이 스스로를 복제하고...
"슬슬 무너질 때가 됐구만."
"그렇죠."
"태양아."
"왜요?"
"왜 높이 쌓인 모든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무너지고 마는 걸까? 허무하잖아."
"아니에요. 처음부터 무너지라고 쌓는 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굳이 높이 쌓을 필요가 없잖아요."
무너진다. 처음에는 자잘한 붕괴가 산발적으로 일어나더니, 어느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탑이 사정없이 바닥으로 주저 앉는다. 수많은 생명의 아비규환이 온 지구를 가득 메운다. 지금까지 긴 시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의미를 잃고 사라져 버린다.
"언제 봐도 장관이라니까."
"아름답죠."
무너지는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태양은 이 재미에 탑을 쌓는 놀이를 그만 둘 수가 없다. 태양은 자신의 옆구리를 부서트려 그 조각으로 다른 탑을 또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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