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6/12/27 15:01(년/월/일 시:분)
올해의 앨범
Red Hot Chili Peppers - Stadium Arcadium (Dani California)
보통 뮤지션이 나이 40을 넘기면 둘 중 하나가 된다. 완전 몰락하거나 완전 거장이 되거나.
이들은 지난번에 낸 베스트 앨범에서 의도적으로 너무 치기어린 음악은 빼버렸다. 그리고 그 베스트 앨범을 바탕으로, 베스트 앨범보다 더 좋은 앨범을 만들어 버렸다. 과거에 치기어린 시절에는 하지 못했던 음악을, 나이 40을 넘긴 지금에 와서는 할 수 있게 된 거지.
참, 곱게 늙어가네.
올해의 책
이현비 - 재미의 경계 (재미에 관한 일반이론)
나는 옛날부터 어떤 아름다움에는 법칙 같은 것이 있어서, 어딘가 책에서 찾아서 그대로 따라하면 그 아름다움을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또는 어딘가 학교나 학원에서 정해진 대로 교육과정을 따라가면 내가 원하는 아름다움을 얼마든지 똑같이 찍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나는 그같은 아름다움이 어느 정도는 랜덤으로, 어느 정도는 순전히 운으로 얻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뭐하러 학교에서 법칙을 공부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나? 그냥 되는대로 마블링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름다움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 책은 내가 그런 법칙이 아직 어느 정도는 남아있을 거라고 미련을 갖게 했다. 같은 언어권과 동시대에 이런 귀중한 책을 만나게 된 것은 귀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거의 모든 사람에게 매우 추천한다.
작도닷넷 공식 추천 도서
올해의 영화
봉준호 - 괴물
사실 봉준호나 박찬욱이나 B급 정서를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그런데 봉준호의 결정적인 차이는, 그런 B급 정서를 메이저로 만들 줄 안다는 것이다. 그 점이 바로 300만 관객과 1000만 관객을 가르는 포인트다.
나는 저 70-80년대 한강의 촌스런, 키치한 그림은 아무리 봐도 B급 정서잖아. 88올림픽, 호돌이, 과격 데모, 화염병, 최루탄, 한강 매점... 그런데 이제와서 B급 정서라 해도,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에게는 메이저였다는 거지. 그걸 가지고 공감을 일으켜서 메이저 영화로 만들었다는 게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하는 짓은 박찬욱이랑 다를 것도 없으면서, 그 중심에 딸자식을 끔찍히 생각하는 부성애 같은 보편적인 정서를 둠으로서, 나이 많은 사람들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보도록 만든 그 노련함. 그런 의미에서 봉준호는 박찬욱보다 한 수 위다.
올해의 만화
쿠로가네 켄 -
소녀섹트
나는 포르노를 즐겨 보는 편이지만, 솔직히 대부분의 포르노는 재미가 없다. 그런데, 소녀섹트는 재밌다. 재미있는 포르노.
올해의 관심사
보편 universal, general
보통 사람들은 대체로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걸까? 나는 궁금하다. 그리고 공감하고 싶다.
좀 더 많은 사람이 / 좋아하는 노래를
나는 만들고 싶어 / 나는 부르고 싶어
좀 더 많은 사람이 / 좋아하는 노래를
좋아해도 될만한 노래를 나는 나는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