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품들 - 스토리
06/10/17 12:27(년/월/일 시:분)
옛날 옛날에 스티로폼 인형이 살았어요. 스티로폼 인형은 재질이 너무 약해서 다른 나무 인형들 사이에서 왕따였답니다.
"넌 왜 그렇게 약해? 맨날 보푸라기나 날리고."
"그냥 '탁' 치면 '억' 하고 부러지겠다."
"우리가 배달될 때 넌 거기 덤으로 들어가는 완충제야 완충제."
"우리를 받고 나면 사람들은 널 쓰레기통에 버려. 넌 쓰레기야."
스티로폼 인형은 나무 인형들의 놀림을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몸을 단단하게 만들려고 운동도 해보고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유학도 갔다왔지만, 몸은 전혀 단단해지지 않았어요.
당연하죠, 스티로폼인데.
그러던 어느 날, 스티로폼 인형은 철수세미를 만났습니다. 그는 온 몸이 단단한 강철로 되어 있었어요. 금방 부서지고 부스러기가 날리는 스티로폼 인형과 달리, 철수세미는 너무나 강력해서 곳곳에 눌어붙은 단단한 찌든 때까지도 말끔하게 제거하는 것이었어요. 그런 강한 모습에 스티로폼 인형은 철수세미에게 반해 버렸답니다.
그래서 둘은 사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사귀다 보니까, 스티로폼 인형은 철수세미가 생각보다 너무 더럽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철수세미의 몸 곳곳에는 더럽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찌꺼기들이 곳곳에 끼여 있었던 거에요.
"철수야, 이 찌거기는 다 뭐야?"
"이거? 지난번에 하수구 청소하다가 낀 때야."
아무리 해도 잘 안 빠지더라, 난 평생 이렇게 살 팔자인가봐 하며 철수세미는 하하하 웃었어요. 화가 난 스티로폼 인형은 철수세미에 낀 때를 빼 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해봤지만, 아무리 해도 빠지지가 않았어요. 철수세미에 낀 때를 빼는 건 마치 스티로폼 인형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 만큼이나 무의미한 짓이었죠. 그냥 포기하고 사귀려고 해도 그의 지저분한 냄새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스티로폼 인형은 철수세미에게 그만 만나자고 했어요. 그러자 철수세미는 니가 왜 그러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그녀를 끝까지 붙들고 늘어졌어요. 철수세미가 스티로폼 인형을 붙들고 몸을 부비자, 그녀의 몸이 마구 뜯겨 나갔어요. 스티로폼 인형은 겁을 먹고 멀리 멀리 도망쳤어요.
철수세미의 몸 안에는 스티로폼 인형의 뜯겨져 나간 살점이 깊숙히 박혀 빠지지 않고 더러운 찌꺼기와 함께 썩어서 심한 악취를 풍겼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