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06/10/13 23:37(년/월/일 시:분)
그때만 해도 MP3 파일 하나 인코딩하는데 무려 7-8분이나 걸리던 시절이었다. 조금이라도 속도를 빠르게 하려고 윈도우즈95 대신 멀티 태스킹도 안 되는 도스창에서 인코더를 띄워놓고 7-8분씩 아무것도 못하고 10%, 20%, 30% ... 퍼센트만 올라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경험. 아 물론 이게 추억이라는 건 아니다. 별로 추억하고 싶지 않다. -_-
그때 이 7-8분이라는 시간을 무려 3-4분대로 단축시켜주는 놀라운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Xing MP3 Encoder였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생각해봐, 7-8분이 3-4분으로 줄다니. 획기적이지.
그래서 보통은 하루에 30분씩 컴퓨터 앞에 앉아서 MP3 인코딩을 해도 기껏해야 3-4곡밖에 못 떴는데, 이제는 똑같은 시간에 6-7곡을 뜰 수 있는 것이었다! 와 신난다! 그때만 해도 MP3 플레이어 용량이 32M였으니까, 1곡만 더 들어가도 감지덕지하던 시대였는데 무려 3-4곡은 대단한 것이었지.
문제는 Xing으로 뜬 MP3는 음질이 개떡같았다는 것. 똑같은 128kps인데도 Xing으로 뜬 MP3가 더 음질이 나빴다. 심지어는 조악한 PC 스피커에서 들어도 차이가 느껴질 정도. 정말 개떡같았다. 내가 왠만해선 욕을 안 하는데 이건 도저히 욕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Xing은 내부적으로 좋은 알고리즘을 써서 속도가 빨라진 것이 아니라, 음질의 희생해서 속도를 빠르게 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음악을 좀 아는 사람을 위한 얘기를 하자면, Xing으로 MP3를 뜨면 Xing 특유의 ghost sound가 들어간다. 특히 음의 높낮이가 급격한 부분에서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flanger를 연상시키는 "위잉~ 위이잉~" 하는 음이 추가가 된다. 그래서 이걸 들으면 마치 음이 춤추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느낌이 든다. 리믹스 버전을 듣는 것 같다. -_-
...물론 이거야 Xing MP3가 초기 버전일때 얘기고, 그 후로 많은 발전을 거쳐서 지금은 그럭저럭 들을만한 음질이 되긴 했다. 아직도 여전히 Xing MP3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MP3 인코딩 엔진이고, 지금은 다 죽어가는 Real Encoder에 탑재되는 영광을 누리긴 했지만, 속도를 위해 음질을 희생했다는 불명예 때문에 음악 애호가 사이에서 왕따를 당해서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리얼 플레이어에 흡수됐다는 건, 회사가 망했다는 소리지.
그러니까 결론. 손실 압축을 사용하는 쪽에서는 인코더를 뭘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똑같은 bit rate에서도 음질이 차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bmp에서 jpg를 뽑아낼때도, 엉성한 툴에서 하는 것보다 포토샵에서 하는 편이 파일 크기는 같아도 살짝 화질이 좋다. 신기하지?
참고로, 요즘에는 LAME이 대세다. 이건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공식 코덱보다 음질이 좋다. 어떻게 MP3를 만들어낸 곳에서 만든 것보다 음질이 좋을 수 있니? 하긴 이게 손실 압축의 묘미지. 표준보다 좋아질수도 있고, 나빠질수도 있고.
http://www.mp3-converter.com/xing_mp3encoder.htm
Xing MP3 Encoder - The fastest encoding
http://www.winsite.com/bin/Info?500000026611
Xing MP3 Encoder 1.02
http://kldp.org/node/54570
Xing 소스를 개량한 Real의 MP3 인코더의 소스가 공개됐습니다. LAME에 비해 소스가 읽기 편하다고 하니 혹시 MP3 인코딩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LAME
LAME is an open source MPEG-1 audio layer 3 (MP3) encoder.
As of 2004, the consensus is that LAME produces the highest-quality MP3 files for bitrates greater or equal to 128 kbit/s. In a public listening test early in 2004, LAME MP3 files were the best 128 kbit/s MP3 files compared to the uncompressed original audio.
http://www.cdpkorea.com/zboard4/zboard.php?id=freeboard&no=71858
브라보콘: 3분가량의 곡 1개를 펜티엄75으로는 40분정도, 486 dx4-100으로 그걸 1시간 30분정도에 인코딩했던 저로서는.. 초창기 7~8분이라는 말씀은 그저 벌벌벌일 따름입니다 ㅠ.ㅠ 요즘은 한곡 인코딩하는데 채 3분이 안걸리는걸 보면(바톤3200) 세상 참 좋아졌구나 싶기도 합니다.
ps. 펜티엄이 486보다 확실히 빠르구나 라는걸 느꼈던 첫 케이스였지요 ㅎ. 저때 인코딩했던것을 아직 가지고 있지만 들어줄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