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상
06/10/05 02:15(년/월/일 시:분)
처음에는 야하다고 해서 포르노 대용으로 보다가 (나야 뭐 항상 그렇지만)
그만 손을 멈추고 영화에 푹 빠져버렸다.
위의 스크린샷만 봐도 그렇지 않나? 어쩌다 저 세 사람은 한 욕조에 몸을 담그게 됐을까? 도대체 어떤 관계길래? 그렇다고 이 영화에 쓰리섬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저 셋의 미묘한 삼각관계에 온갖 것들을 집어넣었더만. 진보와 보수도 집어넣고, 프랑스와 미국도 집어넣고, 영화의 역사도 집어넣었다. 그래서 영화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배경지식이 필요한데, 그런거 몰라도 저 셋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다.
그리고 원작은 소설이지만 영화가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꺼리들, 그러니까 말로 하기는 미묘한데 영상으로 그냥 보여주면 되는 장면들. 이런게 영화라는 장르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풀풀 풍긴달까.
게다가 영화에 대한 애정이 풀풀 넘치는 한편, 단순히 영화에만 빠져서 집구석탱이에 처박혀서 히키코모리 짓을 하는 걸 무심하게 바라보면서, 밖에서는 혁명이 일어나고 세상이 바뀌는데 너희는 영화에만 빠져서 뭐하는 짓이니, 영화는 세상을 바꾸지 못해, 영화는 아무런 힘이 없어. 이러니까 참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그러니까 감독은 자기 젊은 시절 방황하던 마음을, "야 그때가 좋았지" 아름답게 추억하는 한편,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몰라" 혀를 차며 후회하는 마음을 흔들리는 그대로 영화에 담아버렸다. 그래서 아직도 청춘이 현재 진행형인 나로서는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