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6/09/12 06:10(년/월/일 시:분)
1700년대의 유명한 수학자 가우스Gauss가 있다. 그가 대단한 점은, 그가 세상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단한 수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맛이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공부를 너무 많이 한 사람들은 살짝 맛이 가는 경우가 많다. 그게 나는 왜 그러냐 하면 영혼을 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인간을 뭘 해도 약간씩은 영혼을 판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거나 하다보면 조금씩 영혼을 판다. 내가 연구를 하면 남보다 빨리 뭔가를 해야 하고, 사업을 하면 남이 벌지도 모르는 돈을 내가 벌어야 하고, 회사에 가서도 남이 승진할지도 모르는 자리에 내가 승진을 해야 하고, 그런 경쟁 사회에 살다보면 그런 걸 성취할때마다 영혼을 판다. (여기서 영혼은 정서적인 면을 말한다)
그러니까 사람이 마냥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게 좀 덜한 경우가 있는데, 애초에 자기가 가진 그릇이 커서 영혼을 팔아봤자 많이 남는 경우다. 그런 사람은 영혼을 팔아도 별로 희생을 안 하고 남보다 앞서갈 수 있다. 가우스도 그런 경우로 보인다. 저렇게 머리를 많이 쓰고, 평생 숫자에 노심초사하며 평생을 살다보면 영혼이 타들어가서, 늙어서는 희한한 짓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수학자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20세기 초에 수학자들이 컴퓨터로 건너와서 개척하기 시작할 무렵에도 십중팔구가 미쳤다. 폰 노이만도 수학자였고, 괴델도 그랬다.
괴델은 유명한 논리학자다. 그는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게 자기 직업에서 가장 뛰어나게 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유태인으로서 히틀러를 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얻을 때, 인터뷰에서 "미국 헌법에는 논리적인 함정이 3개가 있다. 이를 이용하면 미국에도 히틀러가 나올 수 있다. 미국 헌법이 잘못됐다." 라고 말했을 정도. 후에 그는 간단한 수술을 받는데 의사를 의심하기 시작하여 수술을 거부하고 결국 죽었다.
박사 과정만 마쳐도 성격이 희한해지는 사람이 있다. 한 수학과 조교수가 교수로 승진을 못했다. 미국에서는 교수로 승진을 못하면 대학을 나가야 한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덫에 걸렸다고 생각해서, 자신을 덫에 걸리게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소포로 폭탄을 배달했다.
그러니까 자기 일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그게 어느 정도는 자기의 영혼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치열하게 경쟁하는게 이기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기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 여러분이 사회 생활을 해도 마찬가지다. 경쟁적인 사람은 말로가 비참하다. 자기 영혼을 갉아먹어서 그 힘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천재 중에 요절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자기가 시를 쓰니까 미치게 재밌다면, 물론 재밌는 걸 찾은 것은 다행이지만, 결국엔 자기 에너지를 고갈시켜서 그걸로 뭔가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가우스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수학자다. 80세가 되서도 자기 손자들 옆에다 앉혀놓고 놀이를 하면서도 논문을 썼다고 한다. 그런 사람 것은 좀 공부해도 된다. (웃음) 물론 가우스가 머리가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머리 좋은 사람도 많이 죽었다. 사람들이 천재라고 부른 사람들이 불운하게 죽은 경우는, 자기 생명을 파바박 태워서 갔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공부를 너무 진지하게 하면 안 된다. (학생: 수업 그만하죠.) (웃음) 학부에서 공부하는 건 아무리 진지하게 해도 그렇게 영혼에 손상을 안 입히거든요.
사람들이 평상시에는 안 그러다가, 받는 댓가가 커지는 부분에 가서 자기 희생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걸 다루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 자기 보신에 좋습니다. 뭐가 잘 안 됐을때 굉장히 스트레스 받는다면 거기에 이런 요인이 있을 수 있어요.
이재하 교수 - 알고리즘 수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