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상
06/08/24 14:33(년/월/일 시:분)
최근 김기덕이 구설수에 오른 후, 클럽박스에 활이 떴길래 받아봤다. 네이버 영화에서는 2000원 내고 VOD로 볼 수도 있다.
줄거리. 한 노인네가 예쁘장한 여자아이를 배에 데려다가 키운다. 성인이 되는 날 결혼하려고 애지중지 키우는데, 결혼 몇 달을 남겨놓고 그만 배에 낚시하러 왔던 젊은 청년과 눈이 맞아서 노인을 거부한다. 청년은 소녀를 데리고 배를 탈출하려 하고, 노인은 소녀를 붙잡으려 하는데.. 그래서 둘이 싸우다가 결국 소녀는 자신의 의지로 배를 탈출한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전개다. 백마탄 왕자님이 악의 손아귀에서 아리따운 공주님을 구해주는 거니까. 그런데 영화는 끝나기 20분을 남겨놓고 급격히 예상치 못한 결말로 치닫는데, 이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다.
이런 거다..
노인은 살 의미를 잃고 소녀가 떠나가는 배에 목을 매어 자살하려고 한다. 이를 눈치챈 소녀는 배를 돌려 노인을 구하고, 내가 좀 너무했나 싶어서 결혼을 해준다. 결혼을 마치고 노인은 활을 하늘로 쏘고 바다에 빠져 자살하고, 쏜 화살은 소녀의 그곳으로 돌아와 꽂힌다.
소녀는 빠져 죽은 노인 대신 청년에게 안기고, 소녀와 노인이 살았던 배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소녀와 청년은 가라앉는 배를 두고 세상으로 향한다. 끝.
와. 와와와. 영화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갑자기 마지막에 가서 백마탄 왕자님과 악의 구렁텅이가 하나가 되고, 아리따운 공주님 또한 실종된다. 노인의 욕정은 어떻게 보면 순수하고 아름답고, 사실 청년이 소녀에게 품고 있는 마음과 크게 다를 바도 없다. 그래서 노인은 죽었지만 청년을 통해서 소녀의 곁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다.
노인이 소녀에게 품었던 욕정은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고, 마지막까지도 결국 이루어지지 않지만, 그것은 노인의 활을 팽팽하게 당겨 주었다. 그렇게 김기덕 감독은 "죽을때까지 팽팽한 활처럼 살고 싶다."(영화의 마지막 자막)
http://www.cine21.com/Magazine/mag_pub_view.php?mm=005004004&mag_id=30998
다시 태어나려는 김기덕 감독의 다짐, <활>
http://blog.naver.com/mickyjung/110006162823
부모는 활이요 아이는 화살이다 - 칼린 지브란 '예언자' 중에서
http://leegy.egloos.com/474813
스샷모음 - <활> 中 한여름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