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음악
06/07/23 13:13(년/월/일 시: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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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집 Gust - 2006년 7월 발매 |
유진 박은 그리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는 아니다. 기교가 그리 뛰어난 것도 아니고, 곡을 딱히 잘 뽑아내는 것도 아니고, 바네사 메이처럼 외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빠른 템포에서는 어김없이 미묘하게 엇나가는 박자감각은 라이브만이 아니라 스튜디오 레코딩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는 그가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쇼맨십이 어쩌면 단순히 빠른 박자를 못 따라가기에 마음만 급해서 어거지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의외로 락/팝적인 감각은 꽤 뛰어난 편이었기 때문에, 나는 1998년 2집 Peace가 나온 후로 2001년 라이브 앨범을 거쳐 8년간 정식 앨범을 내지 않으면서, 그래도 이번에는 그 동안 뭐라도 하지 않았을까 기대한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부족한 실력을 메꾸기 위해 뭔가 열심히 수련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고, 아니면 락/팝적인 감각을 발전시켜 좀 더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앨범은 지난 2집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그 시점에서 그리 발전한 부분이 없다.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크게 좋지도 않다. 유진 박은 아직도 자신의 가능성을 가능성으로만 남겨두고 있다. 클래식을 재해석 하기에도 그의 불안한 실력으로는 한계가 있고, 락/팝적인 감각은 여전히 뛰어나지만 보컬이 부각되지 않아 대중성에 한계가 있다. 유진박의 보컬로는 쩝. 딱히 피처링을 쓴 것도 아니고.
나는 이것이 프로듀서의 문제라고 본다. 유진 박은 너무 러프한 감각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누군가 확고히 끌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유진 박이 사상 최초로 적극적으로 도입한 전자 바이올린의 음색도 좀 더 락적인 색깔로 거칠게 튜닝해주고, 유명한 보컬도 피처링해서 그의 대중성을 받쳐주면 충분히 먹힐 것도 같은데. 그리고 제발 마음만 급해서 어거지로 빠른 기교를 보여주기 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템포를 찾아주면서 좀 말리는 역할도 필요할 것 같다. 더불어 요즘 조금씩 쓰이는 미디 기타를 응용한 미디 바이올린 이라던가, 바이올린에만 적용할 수 있는 이펙트를 연구하면 유진 박도 흥미를 가지고 좀 더 자기에게 어울리는 색깔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데뷔한지 10년이 지나도록 자기의 색깔, 자기가 놀 물을 찾지 못하는 건 심각한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