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음악
12/01/08 02:16(년/월/일 시:분)
최근 나가수 자우림의 '사랑밖에 난 몰라'에 피처링해서 조금 화제가 된 백현진의 솔로 콘서트를 다녀왔다. 그것도 무려 세종문화회관에서. 오올.
http://tvpot.daum.net/brand/ProgramClipView.do?ownerid=V5iyNEJ.4GU0&playlistid=2190920&clipid=36294548
자우림&백현진, 사랑밖엔 난 몰라(심수봉)/MBC나는 가수다
http://amedei.egloos.com/1633703
백현진 공연, 보고 듣는다
공연은 먼저 40분짜리 단편영화 '영원한 농담'을 틀어줬다. 완전 가정용 캠코더로 찍은 조악한 화질에, 어라 오광록과 박해일이 제주도 어디서 싱거운 대화를 나눈다. 처음에는 홍상수 짝퉁 같다가, 어느 순간 가니까 백현진이 어어부 프로젝트에서 항상 쓰던 가사 같은 내용으로 빠진다.
특별한 영화적인 기술도 없이, 그냥 항상 듣던 가사를 영화로 보니까 또 신선한 느낌이다. 게다가 박해일과 오광록이 워낙 연기를 잘 하다 보니까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떡하니 갖다 붙인 것도 볼만했다.
그러더니 그 다음은 무려... 무반주 독창을 했다... 세상에... 근데 의외로 괜찮았다. 백현진씨가 원래 괜찮은 목소리 톤이라 그냥 생으로 들어도 좋기도 했지만 또 하나가 있었다. 워낙 음치에 박치다보니 음과 박자를 자주 넘나들어서, 오히려 반주가 없는 편이 듣기가 편하고 더 좋았다.
맨 처음 장영규씨가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를 하려고 백현진씨를 데려왔던 때가 생각난다. 인터뷰에서 밝히기로, 보컬이라고 데려왔는데 너무 음치에 박친거라, 노래가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한 2년정도 했더니 좀 음과 박자가 맞기 시작하더라고. ㅋㅋㅋ
보통 그렇게 음치에 박치면 정확하게 부르려고 위축되기 마련인데, 백현진은 오히려, 안 맞으면 어때? 반주를 없애면 되지. 이렇게 과감한 선택을 했다. 실제로 아주 복잡하고 사이키델릭했던 어어부 프로젝트 시절보다, 지금처럼 무반주이거나 아주 단순한 어쿠스틱 반주가 백현진의 보컬에 더 잘 어울린다.
이렇게 보컬이 위축되지 않은 탓에, 백현진 특유의 막 지르는 걸걸한 톤이 데뷔때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장점이 시간이 갈수록 성숙되는 느낌이다. 물론 여전히 못 부르는 흔적들이 곳곳에 달라붙어 있지만, 그것이 점점 덜 거슬리게 들린다. 내 귀가 익숙해진건지, 음악이 세련되진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더이상 백현진을 홍대 인디 씬의 테두리에 가둬둘 순 없는 것 같다. 그보다는 백남준 같은 국제적인 현대미술 카테고리에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공연한 세종문화회관이 홍대 상상마당보다 더 그의 공연에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