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6/06/08 14:28(년/월/일 시:분)
나는 척추가 휘었다. 가벼운 척추측만증이다.
간단한 테스트를 해 보자. 오른손을 어깨 너머로 꺾고, 왼손을 허리 뒤로 꺾어서 두 손을 마주 잡아보자. 그리고 반대로, 왼손과 오른손을 바꿔 해 보자. 한쪽만 잡히고 다른 쪽은 안 잡힌다면, 혹은 양쪽의 닿는 정도가 다르다면, 척추측만증을 의심해야 할 것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 많이 휜 것은 아니다. 휘어진 각도가 20도를 넘으면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교정해야 하며, 40도가 넘으면 쇠를 박아 강제로 교정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20도도 휘지 않았다. 휘긴 휘었는데 별로 심하진 않다.
그렇다면 나 같이 가벼운 척추측만증은 어떡해야 하는가? 고작 이 정도로 일상 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보조기구를 착용하기도 그렇고, 뼈에 쇠를 박을 이유도 없다. 그렇다고 그냥 놔두면 찝찝한데.
우리 아버지도 가벼운 척추측만증이 있었다. 그렇게 그냥 놔두고 50년을 살았더니, 뼈가 변형이 됐다. 처음에는 비오는 날만 아프더니 점점 맑은 날에도 아프고, 이젠 파스가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척추를 함부로 빼낼 수도 없다. 그냥 그렇게 평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아빠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척추가 휜 나를 보며, 항상 "허리를 펴고 살아라"고 하신다. 말 그대로 나는 허리를 펴면 펴진다. 그다지 심하게 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만 자세를 가다듬으면 척추가 금방 곧게 펴진다. 즉 스스로의 힘으로 교정할 수 있는 젊은 몸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똑바른 자세가 영 불편하다. 나의 척추는 휘었기 때문에,
비뚤은 자세가 편하다. 하지만 비뚤은 자세가 편하다고 해서 계속 비뚤게 앉았다가는, 나의 아빠처럼 뼈가 변형이 되서 맑은 날에도 파스 없이는 견딜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릴 것이다. 나는 아빠처럼 맘껏 몸을 움직일 자유도 없는 몸이 되기는 싫다.
그래서 비록 불편하지만, 허리를 펴고 똑바른 자세로 살려고 한다. 척추가 곧은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노력이지만, 나에게는 필요하다. 솔직히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나에게 주어진 몸을 살짝 거스르고 조금만 불편하게 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