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6/05/07 15:12(년/월/일 시:분)
출처없이 퍼가지 마세요.
ㅋㅋ 같은 통신어체 쓰지 마세요.
초면에 반말까지 마세요.
비판 비난 비방 사절합니다.
개인 블로그를 돌아다니다보면 최상단에 이런 류의 공지를 간간히 보게 된다. 특히 좀 인기있는 블로그의 경우 찌질이들의 공격을 많이 받다보면 주인장의 정신세계가 황폐해져서 과민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나도 뭐 인터넷 하루이틀 한 것도 아니고, 간혹 공격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지를 띄우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
공지를 읽고 숙지해 줬으면 하는 인간일수록 공지를 안 보기 때문이다.
http://windxellos.egloos.com/1807746
어떤 반비례.
그리고 굳이 공지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관리 스킬만 있다면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이렇다.
- 출처없이 퍼가는 경우
퍼가게 냅둔다. 애초에 퍼가도 괜찮은 것만 올리니까.
혹시라도 저작권법이 신경쓰인다면, 한국의 저작권법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암시적으로 발효되므로 크게 걱정하지 말자.
- 통신어체가 싫은 경우
그냥 쓰게 냅둔다. 정 꼴보기 싫으면 관리자 권한으로 수정해준다.
예) ㅋㅋ -> 큭큭
- 초면에 반말까지 마세요
나는 원래 반말 쓴다. 별 상관없다. 나는 인터넷의 격의 없는 문화가 좋다.
- 비판 비난 비방 사절합니다
잠시 밖으로 나가 바깥바람을 쐬고, 시원한 청량음료라도 한 잔 마신 후에, 머리속을 상쾌하게 정리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한다.
그게 싫거나 바쁠땐 깔끔하게 지워버린다.
그리고 여기 방명록 디자인을 보면 알겠지만, 친절하게 잘 설계된 디자인 만으로도 그런 공격을 많이 회피할 수 있다. 디자인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의외로 효과가 좋다.
애초에 개인적인 블로그나 홈페이지 같은 곳은 모래성 같은 곳이다. 사실 암묵적으로 용인될 뿐이지, 수많은 법적 사회적 개인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누군가 맘 먹고 쓰러트리면 한순간에 모래로 사라져버릴 위태로운 곳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보통 개인 홈페이지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주인장에게 그 책임이 있다. 간단히 예를 들어 블로그에 이미지를 하나 올린다고 했을때, 그것의 저작권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고 올리나? 보통 그렇진 않잖아. 어떤 비판이 나왔을때 대부분은 그 비판이 옳다. 아무리 주인장이 이런저런 논리로 대들어봤자 잘못한 쪽은 당신이다.
물론 우리는 그런 것은 눈감아주고, 서로 신뢰를 기반으로 인터넷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좀 더 많은 것이 편리하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편리함과 가능성의 이면에는 수많은 약점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걸 피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인정하자. 자신의 약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이 용인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올리자. 그리고 그 약점에 대해 비판이 가해졌을때,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하고 납득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면 더 이상 불필요하게 보지도 않는 공지글을 올릴 이유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