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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들 - 스토리

자동 운동기계

06/03/26 14:30(년/월/일 시:분)

다리를 억지로 찢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왜 운동은 이토록 고통스러운 걸까?

다리를 찢는 이유는 좀 더 멀리까지 발차기를 하기 위해서다. 이것은 분명히 나의 신체능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좋은게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이는 다리를 찢는 것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운동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팔뚝을 두껍게 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과부하를 주어 근육조직을 미세하게 찢어지게 만든다. 그러면 파괴된 근육이 회복되면서 예전보다 두꺼워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근육을 두껍게 하기 위해서는 일단 찢어트려야 한다. 그리고 좀 더 가벼운 몸을 만들기 위해 지방만을 선택적으로 연소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식사 조절을 통해 굶주림을 견뎌야 하고, 꾸준한 유산소 운동으로 개처럼 헐떡거리며 오랜 시간을 달려야 한다.

도대체 왜,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인데도 운동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할까? 고통스럽지 않게 나의 신체능력을 발달시킬 방법은 과연 없을까? 예를 들어 수퍼에서 음료수를 사먹는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근육이 불어나고 다리가 죽죽 찢어지고 살이 빠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게 과연, 불가능할까?

"물론 가능하죠. 자동 운동기계라고, 못 들어보셨어요?"

헬스클럽 관장의 소개로 나는, 상당히 비싸다는 "자동 운동기계"를 보게 되었다. 대형 냉장고만한 크기의 기계로, 안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원래는 전신마비 환자의 건강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기계로, 곳곳의 운동신경에 전기자극을 가해서 자신의 의지가 없이도 운동이 저절로 되는 기계라는 설명이었다. 이 안에 눈 딱 감고 하루에 2~3시간만 들어가있으면, 2~3달만에 몰라볼 정도로 몸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뭐 실상, 트레이너가 운동을 지도해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죠. 그걸 기계의 힘으로 억지로 잡아당기로 늘려주고 땡겨주는 거니까."
"그럼 굳이 이런 기계를 쓸 필요가 없잖아요?"
"아니죠. 기계는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무 생각없이 들어가 있기만 하면 됩니다, 라는 관장의 말을 나는 철썩같이 믿고 나는 운동기계 안에 들어갔다. 안전벨트로 몸의 여러 군데를 묶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2시간 30분이라는 카운터가 동작했다. 위이잉 하는 모터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의 이곳저곳에 전기자극이 가해지며 막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트레칭, 유산소운동,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각종 운동을 온 몸 구석구석까지 마구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동을 시켰다. 나는 그놈의 안전벨트 때문에 중간에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지옥같은 2시간 30분을 견뎌야만 했다.

"어떠세요? 할만하죠?"
죽는 줄 알았다. 온 몸이 땡겼다. 이래서야 그냥 운동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잖아.
"어휴, 끔찍하던데요. 도저히 못하겠어요."
내가 억지로 웃으며 말하자 관장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아, 뭐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어쩔 수 없는 얘기겠지만."

관장은 그렇게 힘들다면, 좀 덜 힘든 방법을 소개해주겠다면서, 이건 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조건을 붙였다. 그것은 진통제를 맞으며 운동을 하는 것이다. 주로 병원에서 마취용으로 쓰는 염산날부핀을 불법으로 구해서, 운동하는 2시간 30분 동안만 전신마취를 시키는 것이다.

"애초에 전신마비용 환자를 위한 기계였으니, 약의 힘을 빌어서 잠깐 전신마비가 되는 거죠. 어떠세요."

어차피 나에게 돈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 세계에서 뚱뚱하거나 마른 몸은 "자기관리에 소홀하다"는 신체적 제스처와 같았다. 나는 어떻게든 좋은 몸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좀 더 쉬운 방법을 찾고 있었다. 거래는 성립됬다.

나는 매일 운동기계 안에 들어가 전신마취 주사를 맞았다. 잠을 자고 나면 어느새 몸이 뻐근하고 나도 모르는 새 운동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전혀 힘들이지 않고 좋은 몸을 유지할 수 있었고, 신체적 매력 때문에 사람과 사귀는 일도 한결 쉬워졌다. 늦게까지 일해도 예전처럼 쉽게 피로하지 않았고, 의욕도 생겼다.

그러던 나는 어느 주말 접대 목적으로 테니스를 치게 되었다. 몇달만에 치는 테니스였다. 나는 그 동안 좋아진 몸을 믿고 약간 자만을 하며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자꾸만 스윙이 헛나가고 부자연스러웠다. 익숙하지가 않았다.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내 의지로 운동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손, 팔, 다리, 허리, 허벅지, 어느 것 하나 할 것 없이 새롭게 느껴졌다.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남의 몸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나는 쓰러졌고, 혼수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다시는 깨어나지 않았다.

2006년 3월 26일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172

  • 제목: 슬렌더톤 - 복부 저주파 자극기
    Tracked from 작도닷넷 09/01/24 23:39 삭제
    http://todaysppc.com/mbzine/bbs/view.php?id=free&no=155586 얼마전 슬랜더톤 효과 있냐고 물었던 게시글 기억하시나요?ㅋㅋ 솔비앙카 몇년전에 미국에서 사왔는데 첨엔 너무 찌릿하더군요 배..
  • 태공 06/03/26 15:28  덧글 수정/삭제
    아이쿠.. 그렇게까지 해서 몸이 좋아져야 하는거야? ㅜ.ㅜ
    정말 사람 잡는구나. 나는 웰빙과 건강의 폭풍속에서
    맛있는 음식먹으며 편하게 살기로 했다.
    • xacdo 06/03/26 16:01  수정/삭제
      "그래 결심했어!" "하면 된다!" 마음만 먹는다고 몸까지 따라줄까, 해서 써본 글. 육체는 정신의 시녀가 아니다. 오히려 정신이 육체의 시녀지.
      이건 사실 웰빙에서 모티브를 얻어온 게 아니라, 군대에서 태권도 하면서 생각한 거다. 최근에야 다리 찢는것도 가혹행위라고 해서 없어졌지만, 그 전만해도 허벅지가 시퍼렇게 멍이 들 정도로 다리를 찢곤 했지. 그래도 못하는 사람은 못해.
  • xacdo 06/03/26 16:10  덧글 수정/삭제
    참고로 여기 나오는 전신마비 환자용 전기자극 운동기계는 실제로 존재한다. 수퍼맨의 배우였던 크리스토퍼 리브도 전신마비 후 전기자극으로 근육을 유지했다. 나는 그의 미소가 항상 똑같은 모습인 걸 보면서, 혹시 미소도 전기자극으로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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