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06/03/25 12:13(년/월/일 시:분)
삼성은 몇년 전부터 플래시 메모리의 충분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면서, 플래시가 하드디스크도 대체할 것이라며 공공연히 "하드디스크는 죽을 것"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기고만장하게도 계속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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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시게이트 프리젠테이션 중에서 |
화딱지가 난 시게이트에서는 그 발언 며칠 후에 바로 "과연 그럴까?" 하며 맞받아쳤고, "향후 10년간 하드디스크는 플래시메모리보다 같은 가격에 4배 이상의 용량을 확보할 것이다"고 공언했다.
http://www.bodnara.co.kr/bbs/index.html?imode=view&D=6&num=54259&category=71
시게이트, "삼성! HDD 안죽는다!!"
이는 실제로 아이팟 미니 시절, 같은 가격에 플래시형 MP3P가 1G일때 미니하드형은 4G를 지켰다. 같은 가격에 하드디스크를 쓰면 4배의 용량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이 엄청난 메리트 때문에 하드디스크는 휴대용 기기에서도 계속 특별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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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32G (50만원대) vs 하드 30G (10만원대) |
그리고 작년부터 나온다 나온다 말만 많았지 끝까지 안 나오며, 가희 황교수 급 딜레이를 보여주었던 플래시형 하드(SSD; Solid State Disk)도 이제서야 시제품이 공개되었는데, 여기서 32G급이 500달러 선이라고 밝혔으니, 여전히 같은 용량에 4배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법칙이 깨지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다.
http://www.ddaily.co.kr/news/?fn=view&article_num=8843
삼성전자 SSD 기술 발표, 국내 PC업계 반응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현재 500달러(약 50만원)대로 예상되는 가격이 관건이라는 반응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의 말은 아무리 봐도 뻥으로 보인다. 무슨 몇년 안에 노트북 하드 시장의 30%를 먹겠다는 말은 말도 안 된다. 왜냐하면 가격이 4배나 차이나는데! 100만원대 노트북을 200만원대로 끌어올릴만한 무시무시한 가격이다. 일부 고가형에는 채택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거로는 기껏해야 10% 달성하면 많이 달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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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를 3초만에 부팅했던 SDRAM 하드디스크. 엄청 빠르지만 비싸서 망했다. |
사실 나는 그보다 플래시형 하드에서 기대했던건 "속도"였다. 학교에서 배우기로 CPU 캐시와 RAM의 속도는 대략 1000배 차이, RAM과 HDD의 속도도 대략 1000배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CPU 캐시와 HDD의 속도 차이는 무려 1000000배로, 실질적으로 IO에서 소비되는 시간은 거의 하드디스크에서 다 잡아먹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좀 차이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하드만 빨라지면 실질적인 체감속도가 무진장 빨라질 것은 당연하다.
http://new.betanews.net/bbs/read.html?tkind=1&lkind=5&table=dump0&num=15429
3초만에 윈도우 부팅이 완전하게 끝났다. SDRAM 하드디스크 (2001년)
이는 이미 2001년에 RAM으로 구성한 하드디스크로 윈도우를 3초만에 부팅하는 것으로 증명이 끝났다. 윈도우는 거대한 디스크 용량을 필요로 하고, 앞으로도 계속 덩치가 커질 예정이라, 하드만 빨라지면 시스템 속도를 엄청 올릴 수 있다는 얘기는 앞으로 10년 이상 통용될 것이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SDRAM 하드디스크는 망했다. 왜냐? 비싸니까!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비싸면 쓰지 않는다. RAM하드도 이 모양인데, 플래시 하드는 과연 어떨까?
나는 그래도 플래시 메모리도 메모리니까 하드보다 엄청 빠를 줄 알았다. 그런데 위의 삼성의 스펙으로 보면 하드디스크와 불과 2~3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고작 그정도로는 체감속도의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삼성에서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MLC(Multi Level Cell) 때문으로 보인다.
http://blog.naver.com/mayshia/80021743048
"낸드플래시, 애플사 헐값공급 사실과 다르다"[주우식 삼성전자 전무]
MLC는 기존의 SLC와 달리 셀 하나에 데이터가 두개 이상 저장되는 기술로 이에 따라 원가 절감 및 생산성 향상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삼성전자는 올해(2005년) 6월부터 MLC 양산에 들어갔다.
SLC(Single Level Cell) - 셀 하나에 하나의 데이터 저장
MLC(Multi Level Cell) - 셀 하나에 여러개의 데이터 저장
MLC 기술은 지난번 아이팟 나노에서 플래시 가격을 크게 떨어트렸던 주범으로, 싸지만 느리다. 심지어는 하드디스크와 큰 차이가 없을 만큼 속도를 손해보고 싸게 만드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위의 램디스크처럼 윈도우를 3초만에 부팅할 만큼 획기적으로 빠르지도 않고, 조금 가벼운 정도에 가격이 무려 4배나 비싸다면, 굳이 플래시 하드로 갈 이유가 있을까?
옛날 얘기를 해 보자. 옛날에도 하드디스크는 죽을 거라는 얘기가 있었다. 자기형태로 회전해서 하는 디스크는 속도를 빠르게 하고 용량을 늘리고 무게를 가볍게 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만 해도 미래에는 메모리로 다 갈 줄 알았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아직도 하드디스크를 쓰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싸니까.
http://www.bodnara.co.kr/bbs/index.html?imode=view&D=6&num=54259&category=71
8번 리플 - makesound
저는 솔찍히 10수년전에는 지금쯤이면 하드 없어질줄 알았습니다...^>^
그때는 4메가 램가지고도 램디스크 쓰고 놀았으니....^.^ 램은 널널할꺼다~~~라는 생각에...언제나 램은 작다지요...^>^
하드디스크는 수많은 기술적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해왔고, 심지어는 공CD나 공DVD를 굽는 것보다 싸게 먹힐 정도로 싸졌다. 약간은 무겁지만 2.5인치 노트북용 하드라면 충분히 가지고 다닐 만도 하다.
게다가 시게이트에서 앞으로도 계속 플래시 메모리보다 가격적 우위를 무려 4배이상 선점하겠다고 공언했으니, 삼성으로서는 갈 길이 멀다. 내가 봐서는 아무리 길게 봐도 하드디스크를 죽일 만큼 플래시 하드 시장이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기대를 해보는 것은, 플래시 하드로 신개념 노트북이 나올 가능성은 열었다는 것이다. 플래시 하드는 싸지도 빠르지도 가볍지도 않지만, 전력 소모량은 기가 막히게 적다. 이걸 잘만 이용하면 노트북 사용시간을 크게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삼성은 단순히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뻥튀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 거짓말에 너무 속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