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6/03/24 23:12(년/월/일 시:분)
얼마전 내가 활동하던 태블릿PC 클럽에서 아주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회원 한 분이 과로사로 별세하셨다. 실상 태블릿PC는 보급률이 매우 낮아서 거의 활동의 자취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아마도 국내에서 찾을 수 있는 태블릿PC 자료의 반 정도는 이 분이 생산해내지 않았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과로사라는 얘기를 들었을때, 어느 정도 납득이 가기도 했다.
[TPCC] 故 태우기님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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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우기] 내 몸이 타고 있어. 내 몸이. |
특히 같은 클럽에서 마찬가지로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몇 안되는 회원 중 하나인 김태훈씨도 과로로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다. 일이 이 정도 되니, 환절기에 몸이 약해지기 쉬운 지금이 혹시 과로사의 계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최근들어 굉장히 몸이 안 좋다. 어떻게 된게 감기가 나으려고 하면 또 걸리고, 조금만 뭘 해도 쉽게 피로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잠을 보충하고, 황사 가득한 밖의 바람을 되도록 적게 쐬려고 하고, 집에 오면 세수가 아니라 샤워를 하고, 주말마다 수영을 다니는 등 건강에 많이 신경쓰고 있다. 그래도 이 계절은 나기 벅차다.
그것은 아마도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그런지 모른다. 작년과는 다르게 새롭게 쏟아지는 수많은 목표들을 전부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열정으로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특히나 윗 분들 같이 원래 성격이 열정적인 분들은 더욱 몸 안 사리고 뛰어들 것이다. 얼리어댑터의 숙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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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푸른 닌자는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잡니다. |
http://blueninja.biz/
주로 일러스트 디자인을 하시는 조경규씨 홈페이지에서 나는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잡니다"라는 걸 보고 살짝 황당했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조경규씨는 한번 일을 맡으면 쓰러질때까지 죽어라 일하는 위의 분들과 같은 타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게으른 말을 써놓다니.
즉 위의 "12시간 이상 잡니다"라는 말은, 실제로 12시간을 자겠다는 말이 아니라 무리한 스케쥴을 떠맡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로 보인다. 일 때문에 몸을 상하게 하지는 않겠다는 말이겠지. 그래서 나도 이를 본받아 하루에 12시간을 자는 것을 기본으로 스케쥴을 세우고 있다. 물론 잘 들어맞지는 않지만 -_-;;
고시공부를 오래한 사람도 같은 얘기를 한다. 충분히 잠을 자야 공부가 된다고. 적어도 7시간 정도는 자야 능률이 오르고 그러지. 어차피 공부도 몸으로 하는 거 아냐. "잠잘거 다 자면서 언제 공부하냐"는 핀잔은 그래서 틀렸다.
http://moreover.co.kr/entry/새벽의-공사현장
삼성 S 프로젝트 신축공사 현장... 뭔가 '전투의지'가 피어올랐다. 들어가서 자려던 계획을 접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내 앞뒤로 늘어서 있는 트럭들이 보이는 듯 하다. - Tatter&Company 대표이사, Chester님 블로그에서
요즘엔 이런 글 읽으면 걱정부터 된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형이상학적으로 사는 것 같아. 특히 컴퓨터 하는 사람들이 그래.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아버지 아는 분 약국에 걸린 격언을 보며 글을 마치도록 하자.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는 것은 모두 잃는 것이다
- 히포크라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