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1/09/11 07:57(년/월/일 시:분)
SI도 아니고 SM으로 들어와서 올해만 프로젝트를 3개째 하고 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매일매일을 홍삼먹고 5분 뜨거운 물에 몸 담그고 15분 유산소운동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지난 월요일에 갑자기 대전으로 두달간 파견을 가라고 했다. 그것도 개발로.
도착해보니 이 곳은 전쟁터였다. 기존 proC로 짰던 코드를 spring으로 옮기는 건데, 이 proC 코드가 만줄을 넘기는 것은 예사에, 어떤 건 2만줄, 5만줄 짜리도 간혹 있었다. 비즈니스 로직이 엄청 많았다. 개발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단순히 화면만 보고 산정했던 일정이 차곡차곡 늦어졌고, 협력사 개발자들이 못 견디고 나가버렸다. 악성 프로젝트로 소문이 나서 충원도 되지 않았다. 결국 회사 정규직을 여기저기서 착출해서 채워넣는 형편이었다. 그것도 프로젝트 막바지에.
그저께는 전무님께서 오셔서 회식을 했다. 저녁식사로 돌솥비빔밥을 먹었는데, 술도 시키지 않았다. 정말 여러분 많이 힘들겠지만,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 전무님의 짧은 말씀과 함께 회식이 한시간만에 끝났다. 5시 30분에 시작한 회식이 6시 30분에 끝났다. 그리고 모두 일하러 돌아갔다.
급하게 근처 오피스텔을 2개월 단기 계약하고, 침구류랑 옷가지랑 세제 등을 차에 실어서 가져오고, 근처 대형마트에서 간단한 먹거리 일회용품 홍삼드링크를 사왔다. 블라인드가 없어서 대형마트에서 박스를 구해다가 청테이프로 붙여놨다. 간단히 청소하고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잘 안 왔다.
이런 기분은 군대 이후로 오랜만이다. 여기서 잘 버티면 1년 먼저 특진을 시켜준다는 얘기가 들린다.(나는 파견이라 해당없지만) 정말 군대같다. 솔직히 무섭고 두렵다.
잘 할 수 있을까? 물론 잘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