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상
11/06/19 08:30(년/월/일 시:분)
애플 아이패드2 광고가 아주 멋들어지게 나왔었다.
We Believe 편.
중후한 중년의 음성으로, 잔잔한 고전 과학 다큐멘터리처럼,
가장 최신의 IT 제품을 선전하면서 "기술이 한 발 물러나면, 모든게 즐거워진다" 라니;;
감성광고란 이런 것이다, 라고 보여주는 듯 하다.
Apple - iPad 2 - TV Ad - We Believe
그런데 한국 광고에서는 무려 배철수씨가 나레이션을 했다고 한다!
오올~ 배철수라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 꽤 괜찮다 싶었다.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우직하게도 팝송 전문 라디오 DJ를 해오면서,
아직까지도 최신 팝송을 여전히 트는 젊은 감각을 가지고 있다.
한 번도 음악 외에 다른 길로 새어본 적이 없는 면도 신뢰감을 준다.
하지만 실제 광고를 들으니... 아아 이건 아니다. 원래 느낌이 죽는다.
[2011] 애플 아이패드2 배철수 나레이션 - 진보편 (APPLE - IPAD2 CF)
1. 배철수는 발음이 너무 정확하다. 너무 젊은 목소리다. 원본에서는 이렇지 않았다. 훨씬 허스키하고, 거칠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늙은 목소리다.
2. 배철수는, 나름 진지한 톤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여전히 까불까불한 느낌이 있다. 라디오를 들어봐도 멘트를 은근 가볍게 툭툭 던진다. 물론 나름 사려깊게 생각해서 툭툭 던지는 것이고, 음악을 오래 해보고 생각해봐야 할법한 말들을 일부러 근엄함을 벗겨서 가볍게 던지는 편이다.
반면 원본에서는, 정말 책만 보고 살았을법한 늙은 교수님이, 무척 오래된 벽난로 앞에 앉아서, 한 30년 전에 나왔을 법한 과학 도서에서 한 구절을 꺼내어 읽어주는 투였다. 다소 고리타분하기도 하고, 썩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고, 이제 시간이 너무 지나서 많은 부분이 옛날 것이 되었지만, 그 오래된 책의 한 구절은 여전히 첨단 현대의 IT 기술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Insight, 혜안을 주는 한 마디를 들려주는 느낌이었다.
만약 내가 광고 담당자였다면, EBS에서 아주 오랫동안 과학 다큐멘터리라던가, 무척 지루하고 답답하고 재미없는 교육용 교재의 성우를 오래 해오신 분, 또는 이제는 은퇴하신 원로 성우님을 섭외했을 것이다.
가능하면 유명하지 않을수록 좋다. 이름은 없지만 왠지 70~80년대를 EBS와 함께 보냈다면 이상하게도 귀에는 익을 법한, 하지만 누구도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는 정말 나이가 많이 드신 분을 찾아서, 나레이션을 맡겼을 것이다.
3. 번역이 너무 엉성하다. 애초에 원본은 정말 영어의 운율을 화면과 딱딱 맞춘 것이라, 한글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가능하면 영어의 원래 운율을 최대한 맞추려고 했던 것 같은데.
물론 나도 번역은 원래 말의 운율과 뜻을 최대한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너무 어색하다.
나라면 이렇게 번역했을 것이다.
우리의 믿음은 이렇다.
기술,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빠르다, 얇다, 가볍다, 모두 좋지만,
기술이 한 발 물러나면, 모든게 즐거워지고, 마술이 된다.
이것이 우리의 진보이고, 이렇게 완결되는 것이다.
...이렇게 좀 더 딱딱하고, 위압적이고, 꼬장꼬장한 느낌을 주면서, 고전 과학 다큐멘터리 느낌을 주어야 한다. 이것이 스티브 잡스이고, 이것이 애플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