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1/03/06 22:07(년/월/일 시:분)
요즘들어 배가 싸아~ 하게 아파서
제산제를 1주일 정도 먹었는데 안 듣길래
내과에 가봤다.
의사 선생님이 배의 이곳저곳을 눌러보는데
그 중에 맹장 근처가 유독 아팠다.
의사 선생님 말하길
맹장염이면 이보다 훨씬 아팠을 것이고,
대장염이면 설사를 했을텐데 설사도 안 하니
맹장 근처 위의 소장에 염증이 생긴 것 같다.
그러고 진통제 주사와 설사약을 처방해 주었다.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라고 하고.
장염인데 제산제를 먹었으니 안 들었지... -_-
원래 나는 역류성 식도염, 역류성 후두염이 있기 때문에
또 스트레스 성으로 역류하나 싶어서 제산제를 먹었는데, 장염이었다니.
그러고보니 장염도 분기에 1번씩은 꼬박꼬박 걸리는 것 같다.
왜 이리 힘이 없고 축 쳐지나 싶더니만, 의욕이 없어진 게 아니었어.
음... 근데 나는 원래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편이 아닌데도,
원래 내가 좀 위와 장이 자주 아프긴 했지. 그건 좀 이상해.
술도 거의 안 마셔, 마셔도 많이 마시지도 않아.
담배도 안 펴. 방탕한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야.
그런데 왜 이리 배가 자주 아픈 거지?
아마도 크론병, 자가면역질환인 것 같다.
특별히 뭘 잘못 먹은 것도 아닌데, 내 몸 스스로가 놀래서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지.
http://xacdo.net/tt/index.php?pl=2062
크론병
http://xacdo.net/tt/index.php?pl=2063
자가면역질환 Autoimmune disease
http://seoul.blogspot.com/2011/02/blog-post_28.html
지지난 주 저녁식사를 같이 했던 모텔레콤 회사의 전무님이 해준,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고, 바람도 안 피고 착실하게만 살아온 친구가 췌장암에 걸려서 발병 3달 만에 죽은 이야기. 죽기 전 2달 전 동기들이 병문안을 갔는데, 그 친구들의 손을 잡고 그가 서럽게 울었다고 했다.
"나는 너희처럼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고, 계집질도 안 했는데, 왜 내가 이런 병에 걸려야 하는 거니?"
이걸 보니 예전에
이주일(본명 정주일)씨가 폐암 선고를 받고
죽기 직전까지 금연 캠페인을 했던 게 생각이 나네.
인터넷 루머로는
실은 이주일의 폐암은 담배 때문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공익적인 목적으로 이를 숨기고
마지막으로 좋은 일을 하고 가자는 취지에서 그랬다고 한다.
요즘 보면 흔히 어디가 좀 아프다 싶으면
그게 다 술 때문이고, 담배 때문이고, 스트레스 때문이고, 야채 안 먹어서 그렇다, 맵고 짠 음식 먹어서 그렇다, 규칙적인 식습관을 지켜야 한다 그러는데.
사실 잘 따져보면
병이란 것은 꼭 잘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랜덤으로 걸리는 것 같다.
물론 생활습관이 나빠서 걸리는 병도 있겠지.
정말로 술, 담배, 방탕한 생활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나쁜 습관이 왜 들었나 따져 보면
그래! 나는 앞으로 술을 많~이 마셔야지! 담배도 많~이 피워야지!
이렇게 자기 의지로 선택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나쁜 습관도 어느 정도는 랜덤인 것 같고.
결국 병이란 건 어느 정도는 랜덤이 아닐까.
병은 뭔가 잘못해서 받는 벌이 아니라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삶의 일부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나의 장염도
참으로 귀엽게 보이지 뭐야.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