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음악
16/05/31 03:01(년/월/일 시:분)
1.
트와이스 - Cheer up의 코드 진행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나는 이 노래의 코드 진행을 들으면 왠지 감상적이 된다. 장조 노래고, 비트가 강하고, 눈에 총기가 반짝거리는 소녀들이 부르는 귀여운 노래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 바탕에 완전히 감출 수 없는 깊은 슬픔이 깔려있는 것 같다.
그 부분을 정확히 말하자면 후렴구의 Db - Fm7 - Bbm7 - Gbm7 부분이다. 처음 기준음을 잡는 Db에서 시작해서, 중간을 연결해주는 Fm7을 거쳐서, 단조로 넘어가는 Bbm7을 지나, 마침내 Gbm7에 다다르면, 아 이거다. 어딘지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쓸쓸해지는 느낌이 든다. Db장조에서 마지막에 Gbm7을 쓰다니. (비교하자면 Radiohead - creep에서 G - B - C - Cm 을 들 수 있다. G장조에서 마지막에 Cm을 쓰는 것이 비슷하다. 이렇게 장조에서 4도 마이너로 마치는 것이 쓸쓸하고 우울한 느낌을 준다.)
이렇게 장조 노래에서 마이너 코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은, 지난 트와이스 1집의 OOH-AHH하게 에서도 동일하게 썼었다. 지난번에 잘 통하는 걸 보고 이번 2집에서도 한 번 더 해본 것 같다. 나는 OOH-AHH하게를 들을 때도 왠지 그런 느낌이었다. 후렴구의 GbM7 - Bm7 - Abm7 - Db7를 들으면 어쩐지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굴욕적인 사과를 했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것이다... 특히 세번째, 코드가 Abm7에 다다랐을 때 그렇다.
장조에서 단조 코드를 사용하는 건 보통 표현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다. 장조에서 장조 코드만 쓰면 뭐랄까, 단조로운 느낌이다. 표현이 한정되어 버린다. 그럴 때 단조 코드를 살짝씩 섞어주면, 칙칙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장조의 밝은 느낌이 한층 더 화사하게 살아난다.
이 노래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 단조 코드도 대체로 그런 느낌이기는 한데, 어쩌면 나의 개인적인 (트와이스가 불쌍하다는) 감상이랄까, 후렴구의 코드 4개 중에서 단조 코드를 무려 3개나 써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코드 진행이 어쩐지 슬프게 들린다.
http://chordscore.tistory.com/408
트와이스 (TWICE) - CHEER UP [기타코드악보/뮤비/기타레슨]
http://chordscore.tistory.com/265
TWICE(트와이스) - OOH-AHH하게 [기타코드악보/뮤비/기타레슨]
2.
트와이스 - Cheer up의 노래는 매우 마음에 들지만, 가사는 싫다. 내가 민감하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가사에는 여성 혐오적인 정서가 깔려있다. 내가 사귀고 싶은 젊은 여성의 특징을 (비록 귀엽긴 하지만) 남자가 싫어할만한 모습으로 집어내고, 이런 여성들에게 남자들이 무조건 강하게 대쉬하는 것을 권장하기까지 한다. 나는 이런 점이 내가 싫은 것도 그렇지만, 남성들이 여성을 오해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사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여자의 입장에서, 사실 나는 그 남자가 좋지만, 여자니까 함부로 좋아하는 티를 내서는 안된다. 그래서 일부러 연락도 잘 받지 않고, 오히려 싫어하는 티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내심 좋아하긴 하니까, 이런 나의 튕김에도 기죽지 말고 남자답게 나에게 대쉬하기를 바란다.
이런 생각의 문제가 뭐냐하면, 남자가 여자의 "싫다"는 표현을 "사실은 좋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의 마음은 좋다/싫다로 간단하게 나뉘기 어렵기도 하고, 때론 자기도 자기의 마음을 정확히 모를 때가 있지만, 그래도 나는 "싫다"는 "싫다"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싫다"를 "좋다"로 읽는 건 어디까지나 넘겨짚는 것이므로, 도박성이 있다. 맞을 때가 더 많을지 몰라도, 때론 틀릴 때가 있다. 그럴때 자칫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 남성의 강한 물리력으로 여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나는 그걸 피하고 싶다.
나는 특히 이런 여성혐오적인 가사가 JYP에서 많이 나오는 것이 우려스럽다. 3개 엔터 중에 뽑자면 YG가 제일 심하고, JYP도 그에 못지 않게 심하고, SM은 최근 들어서는 거의 청정지역이다. 심지어 SM은 여성혐오적이기는 커녕 성소수자 등의 인권문제도 조금씩 언급을 하고 있다. 차이가 압도적이다.
시대의 흐름상, 여성혐오는 최소한 앞으로 수십년은 더 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엔터테인먼트의 돈줄을 젊은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이상, 엔터 기업들이 이 문제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움츠린 여성보다, 어깨를 쫙 펴고 당당하게 노래하는 여성이 좋다. 좋은 건 좋다고 하고, 싫은 건 싫다고 하는 여성이 좋다. 나는 트와이스 멤버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면 이미 그녀들은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JYP가 그 당당한 여성들에게 입혀주는 옷이 오히려 구속구로 느껴진다. 피팅감이 엉망이다. 따로 논다.
나는 트와이스가 연예인으로서의 인간적인 매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노래도 감정이 풍부하고 훌륭하다고 본다. 다만 그 나머지 세부적인 요소들이 부족한 면이 다소 있으니, 이것들이 다음에는 좀 더 시대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3.
아 그리고 영어 발음 문제. cheer를 너무 빨리 발음하다보니, 장음이 아니라 단음이 되는 데다가, 심지어는 아예 schwa sound로 변해버린다. 도저히 알아들을수가 없다. "Cheer up"이 "치-얼 업"이 아니라 "처럽"으로 들린다. JYP는 꼭 영어 발음을 감수하기 바란다. 못 알아듣겠다.
영어발음 문제는, 박진영 본인이 미국에서 1년 가까이 활동한 것 치고는 JYP만 상당히 떨어진다. SM이나 YG는 이런 문제가 거의 없다. JYP가 국제적 감각이 엔터 3사 중에서 가장 떨어진다. 참으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