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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친일파 청산이 권위적 계급주의를 (역설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다

15/10/18 14:23(년/월/일 시:분)

1.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결정하자,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친일/독재" 키워드로 반대를 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5&aid=0000829939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친일·독재·아베 교과서 역사 앞에 죄짓지 말라”… 새정치, 저지 총력전


독재야 그렇다 치고, 친일은 왜? 라고 생각했다.

친일의 역사를 생각했다.


2.

믿을만한 친구 하나가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한참을 찾아보더니, 그 이론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는 내심 충격을 받았지만, 그 친구가 말을 함부로 하는 친구가 아니고, 사상적인 편향을 떠나서 순수하게 말했기에, 나는 잘은 몰라도 뭔가 있겠거니...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3.

아내가 "조선, 1894년 여름" 책을 읽더니 근대 한국의 미개함에 치를 떨었다. 개인의 기록이라 편향되긴 했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19세기 한국은 정말 너무 수준이 낮았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833295
조선, 1894년 여름


1894년 조선의 미개함을 보고, 식민지 이후 한국의 눈부신 성장을 보면, 한국인으로서 인정하기는 싫지만 식민지 근대화론이 생각날 수 밖에 없다.


4.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아래 블로그 글을 보았다.

http://blog.naver.com/alsn76/220458887829
식민지 근대화론 vs 식민지 수탈론 : 일제에 의해 조선을 근대화됐는가?


이 글에서 재미있는 부분이 중인이다. 중세 프랑스의 부르주아가 생각난다.

양반 = 상류층 = 기존 기득권층 = 일본에 비협조적, 신분 하락
중인 = 기술직, 상인 = 피지배층 = 일본에 협조하여 신분 상승


그래서 양반들이 친일파가 적었고, 중인들이 친일파가 많았다.

즉 일본은 신분제 해체를 동력으로 친일파를 양성했던 것이다.

기술이 뛰어나거나, 장사를 잘 해서 돈은 벌었지만 사회적으로 인정을 못 받던 중인들에게는, 오히려 일본의 식민 통치가 기회였던 셈이다.


http://blog.naver.com/alsn76/220195227387
일제강점기, 일본은 조선을 어떻게 지배했었나?



5.

그렇다면 친일파 청산을 필요로 하는 쪽은 어쩌면,
과거 양반 세력으로 자신들이 상류층이었던 과거로 회귀하려는 쪽이 아닐까?

친일파 청산으로 피해를 보는 쪽은 어쩌면,
과거 중인 세력으로 기술 또는 상업에 밝았으나 억압받던 쪽이 아닐까?


민족주의에 기대어 봉건제로 회귀하려는 게 아닐까?
기술과 서비스를 천대하고,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퇴행이 아닐까?


6.

그러나 나는 한국의 민족주의를 버릴 수 없는 비장의 카드라고 생각한다. 너무 맹목적이고 극단적이라 양날의 검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오 필승 코리아로 대표되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미친 응원과 뛰어난 성적도, 태극기를 앞세운 민족주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생각은 도올 김용옥의 한국 독립운동사의 영향을 받았다)



7.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결론이 잘 나지 않는다.

더 생각해봐야겠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2538

  • 황진사 15/10/19 15:08  덧글 수정/삭제
    식민 지배가 진보된 사회제도를 충격적으로 주입시킨 긍정적 효과는 있지. 2차대전 후 영국은 엔간하면 식민지 독립을 많이 시켜줬는데 프랑스는 안시켜주고 남겨둔데가 많았거든. 프랑스 식민지는 그래서 오랜 기간을 두고 하나하나 독립해서 연구 가치가 많음. 독립한 후 아프리카쪽은 오히려 프랑스 법률이나 경제제도가 적용이 안되서 오히려 더 후진적으로 정치가 퇴보하고 경제도 더더욱 수탈적으로 바뀜.
  • 황진사 15/10/19 15:22  덧글 수정/삭제
    친일파(그리고 군부 독재세력)가 중인층이었던건 맞는데 그 기술자 중인 계층이 일제시대부터 사회 요직을 차지하고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벌써 지금은 3,4대가 넘어오면서 거기에 뿌리를 둔 쪽이 지금은 구한말 양반계층 기득권화 됐다고 볼 수 있음. 유럽은 게르만 귀족계층이 사회 지배계층이고 유대인이 기술자 중인층이었는데, 금융혁명과 산업혁명 세계대전 등을 거치면서 기회주의적으로 가장 성공한 유대인 세력이 기존 기득권층을 몰아내고 자기들이 최고자리에 올라서서 계급을 다시 형성해 대대로 세습하고 있음. 문제는 유대인같은 경우는 어느정도 자신들의 문화라는 것을 고수하고 있는데, 친일파나 독재세습 세력은 자신들의 문화랄게 없기때문에 기회주의와 보수주의와 우월주의로 들어서서 스스로 귀족화되는 과정을 답습중. 특이한것도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아주 보편적인 사이클. 그래서 친일파 청산이 사회적 퇴행이라고 보는건 기계적으로는 그럴듯한 정의같지만 계급적 변동이 이뤄지고 고착화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당시 딱 한 시점만 바라본 궤변이지.
  • 여러분 15/10/23 13:07  덧글 수정/삭제
    일본은 그냥 우리를 미개한 식민지 놈들로 봤지, 결코 사랑해서 그런게 아닙니다. 돼지를 농부가 왜 키웁니까? 이뻐서 키웁니까? 잡아먹으려고 키우는거지. 일본은 우릴 돼지처럼 키운 겁니다.
  • hrth 15/11/21 01:09  덧글 수정/삭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푸2머터 15/11/29 08:25  덧글 수정/삭제
    나름 근대적인 요소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는 점에서 '식민지적 근대화'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저도 이 표현에 공감합니다. 예를 들면 조선에 비해서 나은 사법제도를 갖고 오긴 하지만 삼권분립이나 인권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져서(그걸 존중해주면 식민지가 아니죠.) 독립 후에도 오랫동안 고문이 남아 있었던 것이 그 예라고 봅니다.
  • 푸2머터 15/11/29 08:45  덧글 수정/삭제
    그리고 야당이 친일을 공격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민족주의 교육을 받으면서 가지게 된 감정이 한 이유일거고, 사회 상층이 정당치 못한 수단으로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대한 분노 같은 것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자기 세력을 결집시키고 세를 불리기 위해서는 적을 만들어서 공격하는게 좋은데, 친일 세력은 좋은 표적이죠. 반대로 여당은 북한과 종북이라는 표적을 갖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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