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품들 - 스토리
10/08/11 10:45(년/월/일 시:분)
촤아아. 물 소리가 들린다. 아스팔트 바닥에 고인 물을 자동차가 촤아악 쓸고 지나간다. 그 소리가 마치 갓 딴 칠성 사이다처럼 청량감 있게 들린다. 비가 막 내려서 더위도 한 풀 꺾였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로 습하더니,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듯, 마치 동네 목욕탕 사우나의 청소 시간이라도 된 듯, 답답했던 공기를 깨끗히 씻어내는 것 같다.
촤아아. 칠성 사이다의 알싸한 탄산이 목을 간지럽힌다. 한 모금 들이키고 꺼억 큰 소리로 트름을 한다. 어쩐지 모르게 무척이나 상쾌한 기분이다. 머리가 찡 할 정도로 시원한 느낌이 짜르르 스치고 지나간다. 배가 가득차서 그 무엇도 부럽지가 않다. 딱히 뭐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지금은 이런 시원한 물소리와 탄산 만으로도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띠링. 문자 메시지가 온다. 그녀에게도 이 시원한 물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달콤한 신포 닭강정에 칠성 사이다를 곁들여서, 마침 길가에 고인 물을 오토바이가 쓸고 지나가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닭강정보다 달콤한 키스를 몰래 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니 나는 무척이나 즐겁고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