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음악
14/09/29 14:14(년/월/일 시:분)
지난 6월 29일 일요일, 코엑스에서 열린 김추자 콘서트에 다녀왔다. 무려 33년만의 컴백이라, 무척 기대가 되는 동시에 무척 불안했다. 모 아니면 도일 것 같았다.
결과는... 도.
하지만 내가 정말 안타까웠던 건, 공연 기획의 실패였고, 공연 사운드의 실패였다. 김추자의 실력은 세월에 비해 의외로 녹슬지 않았고, 연습도 많이 하신 것 같았다.
김추자는 애초에 라이브 스타가 아니라 TV 스타였다. 방송국에서 시키는대로, 딱 한 곡만 부르고 무대에서 내려가는 아이돌이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도, 김추자 본인의 의지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수동적인 느낌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공연 기획이나 사운드가 일반적인 하드 락 스타일이었다는 것이다. 컴백 곡이나 컴백 앨범도 락으로 점철되었다. 나는 이것이 김추자의 보컬에 치명적으로 나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왜냐? 김추자의 보컬은 파워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겁고 두꺼운 기타, 드럼 소리에 그 섬세함이 묻혀버린다.
게다가 김추자 보컬에 이펙트를 너무 많이 넣었다. 물론 김추자의 음정이 불안정해서 좀 뭉개려고 한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김추자는 그 불안정한 음정이 매력이다. 그 금방이라도 깨질듯한 취약함이 매력인 것이다. 그 섬세함을 느끼려면, 안타깝지만 반주가 좀 죽어줘야 한다. 그래야 보컬이 산다. 근데 그러지 못했다.
공연 중에 정말 당장이라도 콘솔에 뛰어가 베이스를 낮추고 싶었다. 김추자가 여자 치고는 저음역이라, 베이스하고 음역이 너무 겹쳤기 때문이다. 베이스 기타와 베이스 드럼에 묻혀서 도저히 김추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공연도 처음에 너무 신곡으로 시작해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낼수가 없었다. 항상 환호받는 것에 익숙하신 아이돌 김추자께서도 관객들의 썰렁한 반응에 더욱 긴장을 해서 제 실력을 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게다가 히트곡이 너무 뒤에 나왔다. 안그래도 관객층의 대부분이 정말 나이가 많으신 분들인데, 공연이 너무 길어서 한시간 반 정도 (일반적인 디너쇼 길이) 에 나가신 분들이 많았다. 근데 정작 히트곡은 공연 3시간에서 3시간 반째에 나오니, 어르신들이 앵콜 곡도 다 듣지를 못하고 나가시고 마는 것이었다....
내가 사운드 얘기를 왜 이렇게 길게 하느냐 하면, 중간에 게스트로 전인권이 나왔을때 사운드가 딱 맞았기 때문이다. 전인권이 그것만이 내 세상을 부를때가 안타깝게도 이번 김추자 공연의 가장 하이라이트였다. 전인권이야 악을 바락바락 부르는 파워풀한 보컬이라서, 무거운 기타 소리에도 존재감이 확실했다. 그게 너무 안타까웠다.
그나마 조용하고 느린 노래를 부를 때는, 반주 음량이 줄어들어서 김추자의 목소리가 들을만 했다. 하지만 노래가 빠르고 경쾌해지면, 여지없이 디스토션이 두껍게 깔리면서 목소리를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반주를 담당한 분들도 다들 자아가 강하신 분들인지, 편곡을 너무 세련되게 해서 오히려 김추자의 보컬에 어울리지 않은 면이 있었다. 신중현스러운 사이키델릭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나는 오히려 50~60년대 로큰롤 풍으로 훨씬 고전적으로 편곡하는 편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게다가... 코드 전개를 세련되게 고치다보니, 신중현 특유의 유치하지만 과감하고 직선적인 코드 전개를 살리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텐션을 최대한 억제하고, 베이스 운행도 최대한 절제하는 편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나는 이번 공연에 실망을 많이 했지만, 더욱 걱정되는 것은 김추자 본인의 마음이다. 나는 김추자 본인의 실력이 녹슬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단지 공연이 너무 요즘 스타일이라, 김추자씨에게 맞추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부디, 절대로 기죽지 마시고, 더 많이 또 공연을 해 주셨으면 한다. 그러면 나는 또 꼭 갈 것이다. 선생님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