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먹을거
09/04/04 01:23(년/월/일 시:분)
천안의 명물 호도과자를 잔뜩 먹었다.
천안에는 호도과자집이 정말 많다. 무슨 냉면집이나 해장국집마냥 호도과자집을 차려놓고 5000원, 10000원, 15000원, 20000원 단위로 호도과자를 판다. 게다가 경주빵처럼 관광객들이 사가는 게 아니라 천안 시민들이 던킨 도너츠 한 더즌 사먹듯이 사먹는다.
천안에는 호두가 너무 많이 나고 창고에 재고가 잔뜩 쌓여서 궁여지책으로 호두과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근데 요즘에는 천안 호두가 특별히 싸지도 않고, 미국산이 훨씬 알도 굵고 싸서 많이들 쓴다.
그리고 원래는 '호두'과자가 맞지만, 어쩐지 다들 '호도'과자라고 한다.
호도과자를 먹어보니 대부분 조합이 비슷했다.
1. 찹쌀을 넣은 쫄깃쫄깃하고 두꺼운 빵
2. 흰 단팥 앙금
3. 호두조각
+ 여기에 간혹 흰팥 대신 적팥을 넣기도 하고, 강낭콩이 들어가기도 하고, 카스타드 크림이 들어가기도 한다.
대체로 맛의 큰 차이는 없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스탠더드하고 클래식하고 오리지널한 맛을 꼽자면, '학화' 호도과자를 뽑을 수 있다.
학화는 가장 오래되거나 가장 맛있는 집은 아니지만, 가장 유명한 집인 건 확실하다. 먹어보면 맛의 밸런스가 훌륭해서 천안 호도과자를 대표하는 가장 최적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학화 호도과자는 천안역 앞, 고속터미널 앞, 병천순대 쪽 이렇게 총 3군데 있고, 각 지점마다 파는 팥의 종류가 다르고 맛이 다른데, 천안역 앞이 가장 맛있다.
그리고 '천안옛날호도과자'가 재료면에서 가장 의욕이 넘친다. 호두 조각도 가장 크고, 팥 앙금이나 밀가루도 가장 고급이다. 인테리어에도 잔뜩 기합이 들어갔고, 지점도 곳곳의 요지에 많이 냈고, 각종 행사의 스폰서로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물론 맛의 밸런스가 학화만큼 뛰어나진 않지만, 후회할 선택은 아니다.
그 외의 집들은 대체로 평범하고, 가끔은 꽝 다음 기회에 수준의 맛이 없는 집도 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학화, 천안옛날보다 더 맛있는 집도 간혹 있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맛의 탐사를 계속하시길 바란다.
내가 먹기에 제일 맛있던 집은 사랑의 집 근처에 있었는데, 이름을 까먹었다. 다음에 한 번 다시 가봐야지.
아참, 특히 지하철, 기차역에 들어가있는 '100년나무' 호도과자는 맛이 없다.
하지만 갓 구운 따끈따끈한 호도과자는 맛이 없는 100년나무 호도과자조차도 차갑게 식은 학화 호도과자보다 맛있다!
이것이 현장감! 살아있다는 실감! 택배로는 느낄 수 없는, 천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 천안 오시면 꼭 먹어보세요!
...어째 천안 홍보대사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