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상
13/07/28 04:36(년/월/일 시:분)
지금 그 어떤 방송도 정치를 못 다룬다. 뉴스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개콘에서도 정치풍자를 못한다. SNL도 정치풍자를 빼고서야 겨우 복귀할 수 있었다. 보수쪽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정치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진보쪽 목소리를 내는 프로그램이 단 한개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썰전은 나의 정치적인 욕망을 해소할 유일한 탈출구다.
썰전의 가장 영리한 점은, 장르를 시사가 아니라 예능으로 잡은 것이다. 시청자를 즐겁게 하려는게 목적이지, 언론의 비판기능을 다할 생각이 전혀 없다. 나는 오히려 그 편이 더 낫다고 본다. 어차피 논쟁하는 것은 백분토론에서도 하잖아. 이쪽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썰전에는 3명이 나온다. 진행을 맡은 김구라, 보수를 맡은 강용석, 진보를 맡은 이철희다. 재미있는게 이 세명이 싸우지 않는다. 보수를 맡은 강용석도 예전과 포지셔닝을 바꿔서 잘못된건 인정하고 쿨하게 넘어가고, 진보를 맡은 이철희도 끝까지 투쟁하거나 집요하게 추궁하는 대신 빈정대며 적당히 넘어간다. 그리고 가장 역할이 큰 김구라는 서로 싸우지 않도록 잘 조율하며 논점을 적당히 비껴나간다. 그 적당주의가 나는 좋다. 안싸워서 좋다.
정치란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그러니까 싸우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싸워봤자 답도 없고 방송도 안 나간다. 그러니까 차라리 이렇게 가볍게라도 술 한잔 하며 허허 웃으며 가볍게 이야기하는 정도로 넘어가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