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7/01/22 15:02(년/월/일 시:분)
|
Sokoban |
소코반을 하다가 생각난 건데, 이 퍼즐 게임에서는 한번 움직인 박스는 되돌릴 수 없다. 한번 헤매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 버린다. 하지만 아무도 구해주지 않고, 그저 죽는 수밖에 없다.
인생은 단방향이다. 한번 잘못되면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내가 이 잔인한 규칙을 처음 느낀 건 "시냅스와 자아"에서 뇌생리학을 공부할 때였다. 우리의 뇌세포는 다음 두가지만이 가능하다.
1. 뇌세포가 강화된다.
2. 뇌세포가 죽는다.
이 두가지 규칙에 따라 수십년을 살다보면 결국 뇌세포는 점점 줄어든다. 한번 죽은 뇌세포는 절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그리고 잘못된 방향으로 강화된 뇌세포 또한 절대로 약화되지 않고 끊임없이 강화만 될 뿐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를 정리하면 이렇다.
1. 한번 잘못된 정신은 되돌릴 수 없다.
2. 뇌세포는 어쨌든 점점 죽어간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 큰 충격을 받아서, 행복 중추에 이상이 생겼다고 하자. 그래서 그 사람은 그 후로 수십년간을 한번도 행복해보지 못하고 불행한 인생을 살아왔다. 그렇다면 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방법이 있을까?
없다. 왜냐하면 수십년 동안 행복 중추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의 뇌세포가 죽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평생 행복할 수 없다. 그냥 그런 채로 살다가 죽어야 한다.
행복만 그런게 아니다. 한번 동성애자가 된 사람은 그런 채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 한번 정신이 잘못된 사람은 평생 그 짐을 짊어져야 한다.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아무리 잘못되었어도 되돌릴 방법이 없다. 잔인한 얘기지만 분명히 사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13%의 여성이 어린 시절에 성폭행을 당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여자들이 젊은 시절에 성적인 트라우마를 겪고, 그 무거운 짐을 평생 짊어지고 살고 있다. 그들에게 성은 부끄러움 그 이상의 무게가 짓누르고 있을 것이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내게 그들에게 별로 도움을 주거나 해줄 말도 딱히 없다는 것이다.
한번 잘못된 인생은 되돌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은 마치 게임의 리셋 버튼 만큼이나 우리의 삶에 가까이 있다. 인간의 정신은 아주 약해서 바람결에 흩날리는 먼지 한 톨에도 산산히 부서져 버릴 수 있다.
그 작은 바람이 부는 순간, 이 좁은 소코반의 미로 속에서 홀로 고독하게 살아있던 이름모를 누군가가 홀연히 게임 오버된다. 전원이 꺼진 메모리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http://www.unet.univie.ac.at/~a0200586/videogames/sokoban.html
Sokoban for GP32
http://www.pimpernel.com/sokoban/sokoban.html
Sokoban v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