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인물
06/10/10 15:45(년/월/일 시:분)
평범한 날이었다. 학교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무가지 신문을 무심하게 보는데, 봉준호 감독이 특유의 포스를 뿜으며 지면 전체를 광고로 덮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엄청 비싸보이고 실제로도 비싼 전문가용 카메라, 캐논 EOS 400D였다.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mcvalkili/150008606200
TV광고
http://blog.naver.com/paranzui/50009315008
사실 캐논에서는 예전부터 전문가용 기종에 일부러 연예인 모델을 쓰지 않고 있었다. 대신에 사진계의 원로 분들을 모델로 기용해서, 왠지 전문가들은 비싸도 캐논 걸 쓰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분들이 나이가 너무 되셔서 완전 할아버지 같아 보였다는 것. 의도와는 다르게 노친네들이나 쓰는 고리타분한 옛날 기종 같아 보였지.
그런데 똑같은 컨셉의 광고라도 봉준호 감독이 모델이니까, 왠지 모르게 뽀대가 확 나는 거야. 일단은 예전 모델보다는 젊고, 흥행에 성공한 점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뭐랄까 봉준호 감독은 진짜 전문가 같은 분위기가 있어. 뭔가 절제가 느껴지는, 예술가 답지 않게 사업가 다운 분위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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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프로모션 중인 봉준호 |
사진출처
http://www.kbench.com/digital/?no=34082&sc=5
사진작가도 그렇고, 영화감독도 그렇고, 예술 쪽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딘지 모르게 나사 하나씩 빠진 것 같은 허술함이 있잖아. 그런데 봉준호는 그렇지가 않다니까. 별로 잘 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옷도 잘 갖춰입고, 체형도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으로 보여. 그래서 자기 관리를 잘 하는 것 같은 이미지가 들지.
그리고 발표력도 뛰어나고. 완전 회사원 같다니까. 나이로 볼땐 대리나 과장 정도? 하여간 괴물도 예산 규모가 규모니만큼 투자자를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는데, 거기서 보여주는 것도 이게 자기가 만든 작품 같지가 않게 상당히 객관적으로 접근을 하더라. CG 실무진과 상당 부분을 직접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기도 하고. 완전 비즈니스 맨이라니까.
그렇게 메이저의 상업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특유의 B급 영화 감성을 놓치는 일이 없고, 결과적으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상업 영화를 만들어내지. 예산 문제로 괴물의 출연 장면을 줄이고 타협하면서도 괴물이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양보하지 않는 노련함.
이런 사람이 쓰는 카메라니까. 고급스럽고 비싸보이기 보다는, 정말 카메라를 잘 아는 사람이 전문적으로 쓸 것 같은 이미지가 들지 않아? 실제로 캐논 400D는 DSLR 치고는 싸게 나온 편이기도 하고, 광고에서도 특출나게 기능을 강조하지는 않지. 그만큼 내세울게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물론 인상에서 풍기는 포스와 달리, 카메라를 잡은 폼을 보면 별로 전문가 같아 보이지는 않지? 평소에 사진을 잘 안 찍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