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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들 - 스토리

그림 없는 그림책

06/10/06 23:15(년/월/일 시:분)


옛날에 소설가 작도가 살고 있었어요. 그는 맨날 자기 방에 처박혀서 소설만 죽어라 쓰다가, 얘기가 하도 안 풀려서 바람이나 쐴 겸 해서 밖으로 나왔어요.

마침 추석이라 하늘에는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었답니다.

"아 씨발, 나도 안데르센처럼 달님이 얘깃거리 좀 줬으면 좋겠는데. 달은 존나게 밝아가지고는 씨발."

그 얘기를 들은 달님은 화가 나서, 작도를 굴다리 밑으로 끌고 가 월광 펀치를 조낸 날려줬어요.

"아 보소! 달님! 아니 달형! 내가 형 얼굴빛이 화사~ 하길래 칭찬 몇 마디 한 거 가지고 왜 그러소!"

그러자 달님 얼굴의 크레이터가 흉칙하게 일그러졌어요.

"아따 형님, 아니 그게 문신이었소? 그 토끼 문신 말이오."

그러자 달님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어요.

"야 이 자식아, 이게 무슨 문신이야, 문신은! 이거 내가 소신적에 행성 좀 들이받아가 생긴 흉터야 임마. 너 저기 화성하고 목성 사이에 소행성 찌끄레기들 부서진 거 보이지? 내가 임마 그것들 다 내가 들이받아서 그런거야."

달님의 얘기는 계속됐어요.

"너네 임마 지구도 내가 두번이나 들이받았어. 너네 인간들도 맘에 안들면 공룡처럼 확 들이받아서 다 죽여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아니 달형, 공룡이 뭐가 맘에 안 들어서 들이받았답니까?"
"걔네들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재미가 없거든."

"하긴 인간이 재밌긴 하죠."
"너도 아는구나, 자식."

달님은 조금 누그러진 표정으로 말했어요.

"너 임마, 이렇게 말이 통하는 인간은 안데르센 이후로 오랜만이다."
"달형, 밤도 긴데 얘기나 좀 해주소. 나도 소설가요."



1.

달님은 하늘에서 인간 세상을 엿보는 취미가 있었어요.
인간들 살아가는 건 아무리 엿봐도 질리지가 않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한 여자가 모르는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었어요.
달님은 신이 나서 달빛을 환하게 비춰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여자가 너무 상심해서 자살을 하려는 거에요.
높은 빌딩 위로 올라가서 눈물을 흘리며 아래를 바라봤어요.

빌딩 아래 세상은 아무 것도 모른채 곤히 잠자고 있었습니다.
이 드럽고 추악한 세상을 희미한 달빛만이 눈에 보일듯 말듯 비추고 있었습니다.

"근데 이 여자가 아무래도 너무 어두우니까 무서워서 안 뛰어내리는 것 같았어."

그래서 친절한 달님은 구름 뒤에서 살짝 나와서 여자가 뛰어내릴 세상을 갑자기 환하게 비추었답니다. 그래서 여자는 용기를 내서 빌딩에서 뛰어내릴 수 있었어요.

여자는 바닥에 잘못 떨어져서 즉사하지도 못하고 천천히 괴롭게 죽어갔어요. 그 모습을 저 하늘 위에서 달님이 따스하게 비춰 주었습니다.


"달형, 이건 안데르센 얘기랑은 많이 다른데."
"그러냐? 난 맨날 이런 얘기만 했는데."

"이런 성폭행 당해서 자살하는 얘기를 어떻게 책으로 내냔 말이오. 좀 아름답고 슬픈 얘기 없소?"
"이 자식이 형님한테 주문을 다 해."

달님은 월광 펀치를 몇 방 날리고 다음 얘기를 시작했어요.


2.

달님이 하루는 성인 휴게실을 엿봤어요.
인간들의 매춘은 언제 봐도 즐거운 구경거리였어요.

그런데 그 중에 한 여자는 사채를 잘못 써서 끌려온 여자였어요.
돈을 다 갚기 전에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고 해서 몇 년째 여기에 갇혀 있었어요.

그냥 재미삼아 일하는 다른 여자들에게 도움을 청해보기도 했지만, 그러면 여기 망해서 돈 못 버니까 안 된다고 매정하게 거절하는 것이었어요.

견디다 못한 그녀는 가스를 폭팔해서 다 같이 죽어버릴 결심을 했어요. 어느 날 밤, 그녀는 몰래 일어나서 가스 호스를 빼서 온 방에 가스를 가득 채우고 라이터를 키려고 했어요. 그런데 방이 너무 어두워서 라이터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라이터를 못 찾는 것도 하늘의 도우심일까, 싶어서 그만 두려는 찰나.

달님이 구름 뒤에서 살짝 나와서 온 방을 환하게 밝혀 주었어요.
그래서 여자는 용기를 내어 라이터를 찾고 빌딩을 폭파 시켰습니다.

그래서 여자도 죽고 성인 휴게실 사람도 다 죽었어요.


"달형."
"왜?"

"안데르센은 참 심성이 착했나 보오."
"아니 얼마나 순화해서 썼길래 그러냐."

"완전 다른데."
"아니 왜?"

"됐소. 다른 얘기는 없소? 좀 그냥 평범한 부부 얘기라던가."
"왜 없겠어."


3.

달님이 어느날은 아파트를 엿보고 있었어요.
그 중에는 결혼한지 얼마 안 되는 부부도 있었습니다.

여자는 오럴 섹스(사까시)에 환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남자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여자가 오럴 해주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여자는 입으로 정액을 한번 받아보는 것이 소원인데, 결국 결혼할때 까지도 성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화가 난 남자는 여자에게 말했어요.
니가 오랄을 잘 못하니까 싫어하는 거라고.
싸게 하고 싶으면 좀 잘 해보라고.

상처받은 여자는 그날부터 오랄을 열심히 연습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남편이 곤히 자고 있을때 몰래 팬티를 내리고 남편의 자지에 오럴을 연습했어요.

그러다 잠결에 남편이 그만 사정을 하고 말았답니다.
여자는 너무나 기뻐서 그 이후로 밤마다 남편이 잠든 사이에 오럴을 했답니다.

그러다가 그만 남편이 잠에서 깬 거에요.
아직 잠이 덜 깨서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부인의 오럴 솜씨가 예전과 달리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냥 잠자코 있었어요.

그날 이후로 부부는 새삼 섹스에 불타올라서, 남편은 매일 코피를 쏟고 회사에 지각했어요.


"달형."
"왜."

"얘기 잘 들었소."
"그래."

"난 이제 안데르센이 왜 그림책에 그림을 안 그렸는지 알 것 같애."
"왜?"

"그림을 그리면 출판할 수가 없거든. 등급이 높아져서. 아니 그 시절이면 잡혀갈지도 모르지."

달님은 섭섭한 표정이었어요.
"나 아직 얘기 많이 남았는데."

"나중에 야설 작가로 전업하면 찾아오겠소. 그때까지 하늘에 계속 편안히 떠 있으쇼."


작도는 달님에게 소설 소재를 얻으려는 생각이 얼마나 멍청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고, 소설은 그냥 자기 힘으로 쓰기로 했어요. 인간이 아닌 것이 바라보는 세상이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애정이 느껴지지는 않았거든요.

달님은 아직도 저 높은 하늘에서 무정하게 세상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보름달 사진 출처
http://www.newsis.com/_common/photo.aspx?val=20061006214407417
http://news.naver.com/photo/read.php?office_id=003&article_id=0000197720

http://www.xacdo.net/tt/index.php?pl=361
무심한 자연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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