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6/01/22 05:48(년/월/일 시: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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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인 구리 왕숙천 자전거도로. 2007년까지 한강 자전거도로와 이어질 예정. |
이틀간 글을 못 올렸다. 안 그래도 잘 자는 체질이었는데 운동까지 시작했더니 잠이 너무 잘 와서 밤 9시에 자버렸기 때문이다. 당분간 9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나는 군대 있을때보다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될 것 같다.
하루에 2시간씩 운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나는 타블로가 변호사 되기를 포기하고 음악만 전념하기로 한 게 너무 아쉽다. 나라면 음악을 한 4-5년 쉬더라도 당연히 변호사를 택했을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나에게는 음악은 첫번째가 아니다. 나에게 첫번째는 컴퓨터다. 약 3주간 일정으로 MCSE의 남은 시험을 치르기로 했고, 그 다음에 시간이 남으면 CCNA를 보고, 2월 하순에 토익시험을 마지막으로 나의 복학 준비는 끝난다. 그래서 전역한 부대에 찾아가는 건 포기하기로 했다.
13만원 주고 SM58 마이크를 샀다. 첫 녹음을 해봤고, 여러가지로 불만스럽지만 스튜디오가 아닌 환경에서는 그냥 대충 쓸만했다. 예전에 '놀러와'에서 김종서가 이런 말을 했었다. 노래 연습할데가 없어서 한강 다리 밑에서 했었다고. 거기서는 아무리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도 아무도 뭐라고 안 그랬다고. 그러자 옆에서 유재석이 거들었다. 김종서씨는 '나만의 폭포'를 찾아낸 거군요. 판소리 하는 사람들이 폭포 앞에서 노래 연습하듯이, 김종서에게는 다리 밑이 폭포였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의 한강 다리 밑을 가봤다. 그랬더니 조깅 트랙이 아주 잘 꾸며져 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걷고 달리고 자전거타고 있었다. 이젠 더 이상 이곳도 '나만의 폭포'가 아니다. 나의 폭포는 어디일까.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선배를 만나서 얘기를 했다. 출판만화 쪽을 물어봤는데, 망해가는 건 잡지에 기반한 만화 뿐이란다. 그 망한다는 얘기가 나온지 벌써 5년짼데 아직도 안 망한 걸 보면, 앞으로도 5년은 더 가지 않겠느냐. 어쨌든 나는 컴퓨터 쪽 일도 하고 싶고, 음악도 소설도 만화도 다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것 하나 진도가 잘 안나가서, 이대로 가다간 40대나 되야 데뷔하겠다 농담조로 말했는데, 순간 나에게는 운명처럼 진지하게 들렸다.
그리고 이틀동안 글을 안 올렸는데 접속자수가 열심히 올릴때랑 똑같다. 사람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신경도 안 쓰나 보다. 위기를 느꼈다. 옛날의 '그곳'을 부활할까 조심스럽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