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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안식일, 안식주, 안식월, 안식년, 안식생

06/01/11 09:28(년/월/일 시:분)


요 며칠간 몸이 아팠다. 하루에 4-5개씩 포스팅하던 것도 모자라 자리에 누워서도 계속 무슨 글을 쓸까 고민하면서 아파했다. 비타민 C의 허와 실, 맥콜도 콜라일까? 존 말코비치 되기는 유인촌 되기 정도랄까, 혜은이 - 열정. 이 정도면 중증이다.

몸이 아프면 평소에 안 좋던 곳도 덩달아 같이 아프다. 평소에도 간혹 시리곤 했던 이빨이 갑자기 시리다던가, 오른쪽 무릎이 비도 눈도 안 오는데 갑자기 아파 온다던가 하는, 실은 식중독이 난 것 뿐인데 덩달아 이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니까 결국 "몸이 아프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밖에.

그런 와중에도 나는 할 건 다 했다. 아침에 나가서 약국 일 도와드리고, 동사무소도 갔다 오고, 운전학원도 가고, 영어회화도 빠짐없이 나갔다. 동생 컴퓨터 책상도 사 주고 전자식 체중계도 샀다. 할건 다 하고 나서는 마침내 내 방에 들어와 쓰러져 아무 것도 못하고 잠이 들었다. 그렇게 취한 듯한 생활을 반복했다.

이럴 때마다 항상 들던 생각이지만, 이젠 제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도 쉼없이 월화수목금금금 달려온 게 도대체 몇 년 째야. 적어도 7일에 하루 정도는 쉬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7일에 한번이 아니면 7주에 한 주라도, 아니면 7개월에 한 달, 아니면 7년에 일 년이라도. 어쩌면 이번 생은 쉬어가는 생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내 꿈은 저 한적한 요양원에서 요양을 하는 것이다. 라디오 TV도 없고 신문 잡지도 없고 휴대폰도 안 터지고 인터넷도 안 되는 곳에서, 아침에 일어나면 밥도 해 주고 이불도 개 주고 빨래도 해 주고 나는 그저 편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놀기만 하면 되는 생활. 시간이 나면 요양원 앞 개울가에 가서 햇빛에 반짝이는 수면을 끊임없이 바라보며 무의미하게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나의 꿈을 위해 부족한 것은 오로지 돈 뿐이다. 나는 그 돈을 벌기 위해 오늘도 여전히 앞으로도 꾸준히 쉬지 못할 것이다. 언젠간 나도 쉴 날이 오겠지. 그 때까진 못 쉬겠지만.

나 쉴 곳은 어디요 / 나 쉴 곳은 어드메뇨 (2회 반복)

오라 오라 / 내게 오라 / 다 쉬게 하리라
이리 오너라 / 내가 너희를 / 쉬게 하리라

수고하고 무거운 / 짐 진 자들아
이리 오너라 / 내가 너희를 / 쉬게 하리라

- xacdo 미발표곡 '사랑의 쉼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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