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5/12/01 15:30(년/월/일 시:분)
EBS 다큐프라임 - 학교의 기적: 12가지 시크릿 1부를 봤다. 우연히 봤는데 재미있었다.
http://www.ebs.co.kr/tv/show?prodId=348&lectId=10412336
다시보기 : 다큐프라임 학교의 기적 - 1부 힐링모의고사 외 2편
오랜만에 학교를 보며 옛날 생각을 했다. 초중고 시절을 생각해보니 좋았던 기억이 거의 없었다. 거의 쉬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공부를 했던 것 같다. 학교 끝나고도, 주말에도, 방학에도 나는 거의 항상 공부를 하고 있었다. 다들 그랬겠지만.
(그러고보니 지금도 잔업에, 특근에, 방학도 없이 일하고 있다...)
그래서 참 괴로웠고, 그래서 공부를 덜 시켜서 덜 괴롭게 해주자는 얘기도 나오는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여기에는 반대한다. 공부는 많이 할 수록 좋다. 아니 설령 주입식 교육이라도 교육은 많이 받을수록 좋다.
솔직히 초중고까지 배우는 내용이 얼마나 대단하겠나. 다 거기서 거기인 상식 수준의 내용이다. 그런 기본적인 지식은 주입식으로 머리에 밀어넣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가능하면 주입식으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밀어넣는것이 오히려 덜 괴롭다. 질질 끌어봤자 힘만 더 든다. 가능만 하다면 이런 건 주입식으로 하는 쪽이 더 낫다.
물론 토론식 수업의 장점도 있다.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힘을 기를 수 있다. 하지만 토론식 수업은 모든 수업에 적용할 수는 없다. 토론의 여지가 없는 평이한 지식이 훨씬 많지 않은가? 그리고 토론을 잘 하는 학생들만 더 많이 앞서나가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북유럽도 그렇게 토론 수업이 많지가 않다. 격차를 줄이는 게 목표니까.
한국 교육의 최대 장점은 효율이라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적은 자원을 들여 머리에 지식을 밀어 넣는건 최고다. 이걸 견딜수만 있다면 결과는 정말 좋을 것이다. 버티기만 하면 버틴 학생들의 편차도 크지 않을 것이다.
반면 한국 교육의 단점은 서열화라고 생각한다. 기껏 주입식 교육으로 편차를 줄여놨더니, 그 좁은 편차 안에서 학생들의 줄을 세우고 낙인을 찍는다. 이게 무슨 낭비인가. 최대 장점이 곧 최대 단점이 되는 지점.
나는 한국의 선생님들이 대체로 훌륭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교사가 되기는 매우 어렵고, 경쟁도 치열하다. 지금 같은 불황에는 교사 같은 안정적인 직업의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이다. 그러므로 뛰어난 인재들께서 많이들 교사를 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굳이 토론식이나 참여형이나 자기 주도적인 교육에 너무 치중하지 마시고, 주입식이어도 좋으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수준 높은 교육을 잘 하시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들 부담 줄여준다고 공부를 덜 시키는 쪽으로 접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이가 어릴수록 더욱 양질의 교육을 충분히 시켜야 한다. 물론 그걸 견뎌낼만한 성격이어야겠지만, 견딜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