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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출판

애인(愛人 ai-ren 아이렌) - 애는 왜 낳을까

08/04/06 14:52(년/월/일 시:분)

사람들은 왜 애를 낳을까? 애를 낳고 키우는데는 돈도 아주 많이 들고, 힘도 아주 많이 들고, 엄청나게 오랫동안 속을 썩일거고, 자식이 꼭 잘 될 거라는 보장도 없는데, 왜 이렇게 불확실하고 고생스러운 선택을 하는 걸까?

과거에는 피임을 못했으니까 애를 가졌다고 치자. 그렇다면 현대에는 왜 계속 사람들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걸까?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결혼은 했지만 합의하에 평생 애를 안 가질수도 있고, 마르셸 뒤상처럼 결혼조차 안 할 수도 있다. 인생은 한정되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많다면 자녀양육에 쏟을 에너지를 아껴서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쓸 수도 있잖아. 근데 왜 안 그러는 거지?

물론 피임 덕분에 출산율이 현저히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를 가지고 싶어한다. 하나던 둘이던 좋으니까 가정을 꾸리고 애를 키우고 싶어한다. 왜? 어째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이유를 설명하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나는 그런 욕구에 대해 오랬동안 의문을 가졌다. 온갖 책을 찾아봤지만 딱히 시원스럽게 설명하는 사람이 없었다. 의문을 가진 사람들은 나 말고도 많은데, 답변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네이버 지식인에 간단히 "애기는 왜 낳나요?"라고 검색해도 질문이 얼마나 많은데.

혹시 임신이나 출산 자체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가 있어서가 아닐까? 성욕, 식욕, 수면욕처럼 일종의 임신욕, 출산욕, 번식욕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한다. 그런게 있다고.


대부분의 사이버펑크 SF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 만화도 매우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불치병에 걸려서 곧 죽을 운명이고, 그를 위해 인공생명 아이렌이 몇 개월동안 마찬가지로 한정된 수명을 가지고 곁에 있어준다. 그들이 사랑을 하는 동안, 지구에는 정체모를 절대적인 존재가 쳐들어와 지구를 멸망시키려 한다.

모든 것이 죽음으로 치달아가는 와중에, 그들은 사랑을 해서 마지막 체세포 하나만을 남긴다. 어떠한 형태로건 살고자 했던 것이었다. 이 세포를 보존하던 장치가 부서졌을때,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영원한 생명을 가진 스익스가 영원을 포기하고 이들의 아이를 체내에 받아들인다. 그리고 지구에는 다시 봄이 온다.

결론은 "최종병기 그녀"와 다를 바가 없지만, 이 만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육체에 기반하여 이야기한다. 누가 에로만화 작가가 아니랠까봐, 사랑과 번식을 철저히 살과 살이 부딪치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거기서 조금도 더 추상화하지도 않고, 조금도 더 구체화하지도 않고, 몸과 몸의 부대낌으로만 표현한다.

세계가 죽더라도
네가 죽더라도
내가 죽더라도
그런건 대단한 게 아냐.

절망적인 체념이다. 사람이 죽음을 피할 수는 없고, 어쩌면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멸종해버릴지도 모르고, 지구라는 별 자체가 없어져 버릴 수도 있다. 자연은 냉정하고, 인간들은 어리석다. 어쩌면 조금의 희망도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건 별로 대단한 건 아니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아무런 희망이 없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확실히 느껴지는 체온과 무게감...
우리들의 생명은 틀림없이 피와 살로 이루어져 있다.

내 손 안에서 확실히 느껴지고
숨을 쉬고 있는 사람...

어느샌가 나는 빌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빌고 있었다.

이 소중한 사람을 부디...
부디 잃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디 잃지 않도록 해주세요.

이 생명 전부 당신에게 드립니다.


나기 히카루:
어떤 인간이라도 결코 인생에 승리하는 일은 없습니다.
인간은 승리자가 될 수 없습니다.

단지 항복하지 않고 싸움을 계속하는 것만이 가능할 뿐입니다.
최후의... 최후까지...



이쿠루...

설령
당신의
인생에 대한 결론이

아프고
괴롭고
피투성이에
혼자뿐이라고 하더라도

무섭진 않아요.
괜찮아요.

내가 반드시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어요.

몇 백년이라도
몇 천년이라도
계속 계속
기다려도 괜찮아요.



난 말이죠,
요즘 완전히 나이가 들어 버렸어요.
시시한 감기 따위에도 걸려 버리게 됐으니
불사신 스익스도 폐업이에요.

난 쭈글쭈글한 작고 작은 할머니가 될 거에요.
아무래도 생명을 그 아이에게 건네준 것 같아요.

이토록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은 없어요.
좋아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았어요.
누군가에게 생명을 전해줄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앞으로

자신이
작고 추하고 더러운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 때도 올 거란다.

세상의 모든 것이 냉담해서
차가운 돌처럼 밖에
느껴지지 않을 때도 올 거란다.

괴롭고 괴로워서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할 때도 올 거란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렴.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란다.
무서워할 필요는 없단다.

잊지 마렴.
지금 세상의 모든 것이 온 힘을 다해 너를 축복하고 있어!
너는 소중하게 사랑받아서 태어난 거란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http://blog.naver.com/lht0310/130024407764
아이렌(愛人)

http://www.comixest.com/bbs/view.php?desc=asc&id=others&no=3160
아이렌 5권을 국내에서 구할 수가 없네요..

D-S
아이렌은 세주가 아니고 해적판 출판사였습니다. (멤피스 이라는 출판사 라는군요.) 국내에는 해적판으로 1-4권이 나와있는데 1-3권은 분량이 제대로 나왔는데 4권은 뒤에 몇 에피소드가 잘려서 나왔습니다. 덕분에 국내해적판 1-4권을 보고 일본 원판 5권을 보면 이해가 안되죠. (중간에 짤린게 있으니까) 해적판으로 나온 이후의 분량의 스캔번역본이 네트 어딘가를 떠돌고 있으니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작가분은 잘 살아계십니다. 전공인 에로만화를 그리시는 모양이던데요 --;;;;

http://blog.naver.com/starlangs/10020214187
우리말의 애인은 한자로 쓰면 愛人이라고 한다. 뜻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대로이다. 그런데 이 애인이라는 한자를 중국어와 일본어로 쓰면 뜻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중국어로 애인은 ai ren(아이 런)이라고 발음을 하며 뜻은 배우자, 즉 남편이나 부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일본어에서도 완전히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데, 일본어에서 あいじん(아이진)으로 발음하는 애인은 우리말의 정부에 해당하는 말이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1094

  • ㅡ,.ㅡ 08/04/06 15:40  덧글 수정/삭제
    4권 나오고 5권이 '하도 안나와서' 대체 이노무 작가 그리는거야 마는거야 싶었던 아이렌이군요.

    '아 ㅅㅂ 살다살다 최종변..아니 병기에 이어서 이런 암울한 만화를 또 보다니' 해서 결국 5권 사고 한 1년 후에 아는 사람에게 다 넘겨버렸습니다. 에로만화 출신 작가주제에(어?) 단어는 드럽게 어렵게 써서 페이지 넘기는데 사전을 몇번씩 찾았던 기억이..

    ..혹시나 했는데 역시 정식 출간은 아니었군효..
  • ㅡ,.ㅡ 08/04/06 15:41  덧글 수정/삭제
    기억이 좀 가물가물한데 아무튼 '스익스'라고 번역이 된 (-_-;;) 모양인데, '식스' 일겁니다. 숫자 6같은데 왜 식스였나는 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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